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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배경, 청주

피란민이 모여 조성한 마을, 옛사람이 세운 산성, 권력자가 아낀 휴식처까지 충북 청주는 모든 이야기를 품어 준다.

UpdatedOn January 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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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면적 1.5배를 넘는 청주는 많은 것을 가진 도시다. 구석기시대부터 인류가 살아온 풍요로운 자연환경, 충청도 이름의 한 축을 이룰 만큼 번성한 역사, 세계 최초 금속활자를 인쇄한 문화적 기반. 바다 빼고 다 있는 청주는 산과 하천과 호수, 정다운 마을과 농촌, 유서 깊은 유적과 오늘의 문화가 곱게 어우러져 콘텐츠 제작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청주가 극적인 조명을 받은 계기는 2010년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다. 2009년 <카인과 아벨> 촬영지로 떠올랐다가 <제빵왕 김탁구> 열풍에 힘입어 전국에 알려졌다. 한국전쟁 피란민이 정착해 형성한 수암골은 기쁨과 슬픔, 따뜻함과 서러움이 교차해 짙은 정서를 자아내는 동네다. 삶이 비탈길인 양 힘들어도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청년의 성장기와 수암골의 조합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알맞은 배경을 만났을 때 발휘하는 시너지의 최고점을 보여 주었다. 골목골목 정겨운 풍경이 이어지고, 청주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전망까지 갖춘 마을에서는 이후에도 영화 <20세기 소녀>, 드라마 <너는 나의 봄> 등 여러 작품을 찍었다. 걷다 보면 드라마와 영화 속 등장인물을 만날 듯 장면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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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를 대표하는 유적 상당산성 또한 촬영지로 인기가 높다. 산의 지형을 이용해 쌓은 둘레 4.2킬로미터 성은 도심과 한 발짝 떨어진 입지 덕분에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청주를 조망하고 산책하기 좋다. <대조영> <태조 왕건> <태왕사신기> <육룡이 나르샤> <연모> 같은 사극뿐 아니라 현대극도 종종 배경으로 삼은 이유다.

대청호를 내려다보는 청남대를 빼놓을 수 없다. 1983년 완공해 역대 대통령의 휴식 공간 역할을 한 청남대는 2003년 개방한 이래 수많은 관람객과 촬영팀이 방문했다. 영화 <효자동 이발사> <나의 독재자> <킹메이커> <이웃사촌>처럼 정치 권력자가 등장하는 다수 작품이 여길 빌렸다. 당시 시설을 고스란히 보존한 ‘원본’이기에 딱히 고칠 필요가 없으니 그럴 만하다. 그 옛날 세종대왕도 휴양 차 초정행궁을 짓고 청주에 거둥한 역사를 생각하면 이 도시에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기운이 서렸다 해도 될 것 같다. 사람이 사는, 사람을 포근히 품어 주는 청주에서는 사람과 이야기가 함께 빛난다.

이곳에서 촬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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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20세기 소녀>

#우암순환도로, 수암골, 성안길

1999년, 친구의 사랑을 이루어 주려 분투하던 열일곱 살 보라에게 예기치 않은 설렘이 찾아온다. 아직 아날로그가 익숙한 시절, 첫사랑은 공중전화와 삐삐를 타고 꽃봉오리처럼 맺힌다. 이들이 불량배에게 쫓기고 약속이 어긋나고 오해하며 추억을 쌓은 곳곳이 청주다. 영화 <베테랑>에 특별 출연한 마동석은 명대사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를 성안길에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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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1987>

#청남대

“각하께서 심려가 크십니다.” 안기부장이 대공수사처장에게 말한다. 한 청년이 물고문으로 사망한 1월부터 6·10민주항쟁이 일어나기까지 그린 영화에서 청남대는 당시 권력층이 은밀히 만나는 장소로 애용하던 서울 올림피아 호텔로 등장한다. 1980년대 모습을 그대로 보존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긴박한 장면은 우리가 실제 지나온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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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임금님의 사건수첩>

#상당산성

조선 시대 한양에 괴소문이 퍼지자 호기심 많고 행동력 넘치는 왕 예종은 직접 나서 파헤친다. 그런 그의 곁을 늘 따르는 이가 신입 사관 이서. 대비되는 두 캐릭터 조합이 웃음을 자아낸다. 글과 무예에 모두 능한 임금이 신무기인 조총을 선보이는 장면을 상당산성에서 찍었다. 어리바리한 사관이 지닌 뜻밖의 사격 실력이 반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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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AMA

<더 글로리>

#중앙공원, 용화사

드라마 <태양의 후예> <도깨비>의 김은숙 작가가 복수극을 내놨다. 학교 폭력 피해자인 주인공이 가해자들을 옭죄어 나가는 가운데, 상대편 집을 무너뜨리는 바둑이 주요 소재로 쓰인다. 중앙공원에서 바둑을 배우는 동안 계절이 흐르고, 이는 공들인 복수 과정을 은유한다. 가해자가 주인공에게 무릎 꿇고 빈 곳은 용화사다. 인연, 인과응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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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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