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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매력, 창원

2010년 창원, 마산, 진해가 합쳐져 탄생한 창원은 매력도 세 배인 도시다. 봄날에 가고 싶은 세 곳을 골랐다.

UpdatedOn February 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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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화역 & 여좌천 

봄 하면 벚꽃, 벚꽃 하면 진해군항제다. 지난겨울을 잘 버텼다고 꽃나무가 벌이는 축제에 사람이 슬쩍 몸 들이밀고 덩달아 기쁨을 누린다. 봄날의 창원은 벚꽃 천지다. 120제곱킬로미터 면적의 진해에만 벚나무가 36만 그루. 단순 계산해 330제곱미터(100평)당 한 그루씩이다. 건물, 도로를 빼고 도시가 온통 벚나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디를 가나 벚꽃이 반기는 창원에서도 우선 생각나는 곳은 역시 경화역과 여좌천이다. 1926년 영업을 시작했다가 2006년 문을 닫은 역이 이 계절엔 어느 대도시 역보다 붐빈다. 역 건물도 없이 철길만 남았으나, 그 800미터 철길에 나란히 늘어선 벚나무는 꿈결 같은 풍경을 만들어 낸다. 경제 논리로 폐역이 된 곳에 사람이 모여들면서 벚꽃이 한창인 때 다시 기차를 불러오는 기적을 낳았고, 해외 언론이 ‘한국에서 꼭 가 봐야 할 곳’이라 소개하기도 했다. 지금은 전시관으로 꾸민 새마을호를 가져다 놓아 기찻길도 여행자도 외롭지 않다.

또 다른 벚꽃 명소 여좌천은 진해 시내를 세로로 가로지르는 개천이다. 이렇게 자그마한 규모면서 이 정도로 주목받는 개천이 대한민국에 있을까 싶다. 여좌천은 폭이 좁아서 더욱 좋다. 양옆에 늘어선 벚나무가 하늘에서 맞닿아 터널을 이루고, 사람들은 꽃이 만든 지붕 아래를 거닌다. 창원 출신 아동문학가 이원수 선생이 ‘나의 살던 고향은’에서 노래한 꽃대궐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1.5킬로미터에 이르는 벚꽃 길이 끝났어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진해내수면환경생태공원이 여좌천 바로 옆이다. 깨끗한 호수를 따라 심은 벚꽃이 하늘하늘 흔들리고 다른 풀과 나무도 연두색으로 봄날의 삶을 꾸려 나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그저 경이롭고 아름다워, 아무도 위로하지 않아도 혼자 위로받는 기분이 된다. 이것이 봄, 창원의 선물이다.

TRAVEL TIP

진해군항제

한국 대표 벚꽃 축제가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드디어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3월 25일부터 4월 3일까지 진해구는 물론 꽃대궐 창원시 전역에서 진해군악의장 페스티벌, 추모대제, 승전 행차, 블랙이글스 에어쇼, 벚꽃 야행, 푸드·아트 마켓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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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연륙교 

324킬로미터 거리 해안선을 자랑하는 창원 바다는 곳곳이 그림 같은 풍경을 내놓는다. 그중 하나가 마산 육지와 저도를 잇는 저도연륙교다. 길이 170미터, 폭 3미터 다리는 특이하게도 ‘콰이강의 다리’라는 별명을 가졌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타이에 건설했고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 나와 유명해진 그 다리와 생김이 비슷하다 하여 붙은 별명이 널리 퍼졌다. 길이와 높이의 기록에만 매달리는 세상에서 1987년 완공한 170미터 ‘귀여운’ 다리가 수많은 이의 발길을 끈다. 이런 사랑스러운 ‘역주행’.

저도연륙교도 여행자에게 보답하려는 양 계속해서 자신을 단장해 왔다. 원래도 바다 위를 건너는 다리였지만, 2017년 콘크리트 바닥 일부를 걷어내고 길이 80미터, 폭 1.2미터의 투명 강화유리를 깔아 ‘바다를 내려다보며 건너는 다리’로 변모했다. 13.5미터 아래에서 넘실거리는 바닷물이 아찔함을 선사한다. 다리에 조명을 설치해 밤에는 신비로운 은하수 길이 펼쳐진다. 2020년 한국관광공사가 야간 관광 100선에 선정하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미디어 파사드 쇼로 또 한 번 색다른 변신을 시도했다. ‘자연과 하나 되는 도시 창원’ ‘다이내믹 창원’ 등 창원의 가치와 미래를 상징하는 작품을 비롯해 바다, 노을, 꽃, 새, 나비처럼 다양한 콘텐츠를 화려한 조명과 섬세한 음향으로 표현하는 쇼는 밤 7시부터 10시까지 매시 정각에 40분 동안 다리를 수놓는다. 다리를 지나서 섬에 들어가 저도비치로드도 걸어 보자. 한쪽엔 바다가, 한쪽엔 숲이 따라와 산책길을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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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데이나눔재단

ⓒ 좋은데이나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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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남저수지 

낙동강이 굽이굽이 먼 길 가다 창원을 지나는 구간에 배후습지가 생겨났다. 주남(용산), 동판, 산남 등 세 곳으로 나뉜 습지를 지역 사람들은 늪이라 불렀다. 898만 제곱미터(약 272만 평)에 이르는 커다란 규모라 한때 누군가는 질척한 땅, 고인 물을 보고 마땅한 쓸모를 찾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수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몰랐던 시절 이야기다.

1971년에 천연기념물을 주제로 연재 기사를 실은 한 신문은 주남저수지에 백조 64마리가 월동 중이라고 소개한다. 백조가 숫자를 셀 만큼 희귀해졌다는 뜻이다. 1983년에는 1970년 이후 한국에서 멸종했다 여긴 천연기념물 흑두루미를 13년 만에 발견하기도 했다. 사람이 잘 먹고 잘 살자고 건물 짓고 길 내고 앞을 향해 달려 나가는 일이, 수만 년을 공존해 온 다른 생명을 위협할 수 있음을 주남저수지와 철새들이 알렸다. 많은 이가 노력한 결과 주남저수지는 수만 마리 철새가 계절을 안전하게 나는 보금자리로, 탐조객에겐 귀한 새를 관찰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생태 탐방 코스, 문화 탐방 코스를 걸으면서 저수지와 철새가 만들어 내는 생명력 가득한 산수화를 감상하고 생태학습관과 람사르문화관에서는 건강한 생태계의 소중함을 배운다. 물안개 피는 새벽이나 노을 지는 무렵의 저수지는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로 사람을 유혹한다. 하늘이 뜨겁게 불타오르다 사위어 가는 그 한순간 한순간에 물은 온몸으로 반응하고, 사람은 지금 자신이 위대한 것을 목도했음을 깨닫는다. 무리 지어 날아가는 새, 호수에 밑동 담그고 선 버드나무는 물론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는 생명까지 모두가 함께 완성한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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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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