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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역에서 서울역까지

수도권 전철 1호선 남영역부터 서울역에 이르는 좁다란 골목을 산책했다. 길 위에서 발견한 다섯 가지 즐거움을 펼친다.

UpdatedOn February 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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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돼지로 제조한 세라노 하몽, 도토리를 먹은 이베리코 돼지로 만든 이베리코 하몽을 핸드 카빙한다.

백돼지로 제조한 세라노 하몽, 도토리를 먹은 이베리코 돼지로 만든 이베리코 하몽을 핸드 카빙한다.

까미노 데 남영

어둠이 내린 골목, 따뜻한 조명과 고소한 음식 냄새가 번지기 시작한다. 빛과 향의 발원지는 ‘까미노 데 남영’. 자연스레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떠오르게 하는 와인 바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길에서 여행자를 환대해 주던 식당을 떠올리며 꾸몄어요.” 백지호·유기석 대표는 스페인 와인과 음식을 더 많은 이와 나누고 싶어 이 공간을 구상했다. 예닐곱 명이 둘러앉아도 될 만큼 커다란 식탁을 홀 중앙에 떡하니 가져다 놓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식탁 너머엔 세라노 하몽과 이베리코 하몽 덩어리가 놓인 바 테이블이 자리한다. “그거 아세요? 하몽은 무조건 얇아야 맛있다는 사실.” 스페인에서 하몽 핸드 카빙을 배워 왔다는 류 대표가 손수 썬 하몽과 산시몬·만체고 등 스페인산 치즈를 한데 얹어 낸 ‘샤퀴테리 남영’을 맛보는 순간, 눈앞이 아득해진다. 본디 하몽이 감칠맛의 완전체던가? “와인과 함께 먹으면 더 좋아요. 스페인 와인은 갓 딴 후 마셔도 풍미가 꽤 근사하거든요.” 순식간에 템프라니요 와인 한 잔과 함께 여덟 가지 채소와 커다란 블랙타이거 슈림프를 투하한 감바스 한 접시가 눈앞에 나타난다. 남영의 밤이 와인처럼 무르익어 간다.

가격 블랙타이거 슈림프 감바스 2만 9000원 샤퀴테리 남영 4만 5000원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76길 11
문의 @cmn_nmy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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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 경주

'반찬과 술 먹는 집'이란 자기소개만큼 담박한 한식 주점이다. 신선한 지역 제철 재료를 공수해 매번 새로운 주안상을 내는 맡김 차림 코스로 운영한다. 1960년대에 지은 옛집을 개조해 오픈 키친과 바 테이블로 이루어진 공간을 완성했는데, 정취가 퍽 온화하고 아늑하다. 아마 숯불과 화덕의 온기 때문일 것이다. 돼지불고기와 반건조 생선구이를 조리하는 공간 한편엔 불꽃과 연기가 내내 어른거리고, 그 풍경이 술맛을 돋운다. 산뜻하면서도 드라이한 동아시아의 술과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다.

가격 코스 4만 5000원~5만 5000원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80길 21-3 2층
문의 @part_of_gyeong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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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루틴

100년의 세월이 그대로 느껴지는 낡고 어두컴컴한 상가 안에 이토록 깨끗하고 밝은 곳이 있다. 정체는 스페셜티 카페다. ㄱ자 모양의 아담한 바 테이블과 두 개의 스탠딩 테이블, 창틀에 이어 붙인 몇 개의 야외 좌석이 전부인 이 작은 공간에서 가장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로스팅 기계다. 다양한 종류의 원두로 필터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증거다. 시그너처 음료도 독창적이다. 복숭아 향미를 품은 피치프로마쥬와 믹스 베리 크림을 얹은 커피 셔벗 베리그라니따는 봄바람처럼 보드랍고 달콤하다.

가격 필터 커피 6500~8000원 피치프로마쥬 5500원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84길 5-8
문의 @dailyroutine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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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러브 파스타 하우스

고르곤졸라 크림 소스에 비트즙을 넣어 꽃분홍색을 완성한 빅 러브 핑크 뇨끼를 맞닥뜨린다. 순간, 깜찍한 담음새에 한 번 놀라고 농밀한 풍미에 또 한 번 놀란다. 그런가 하면 오렌지처럼 산뜻한 주황색 크림으로 만든 마라 크림 투움바와 새싹처럼 싱그러운 연두색 청양 크림 봉골레는 혀끝에 얼얼하고 아릿한 여운을 남긴다. 아아, 크고 아름다운 사랑의 맛이란 이런 것일까.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증폭하고 싶을 땐 화사한 핑크 레모네이드나 톡 쏘는 프로세코를 곁들여도 좋겠다.

가격 빅 러브 핑크 뇨끼 9000원 마라 크림 투움바 1만 8000원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76길 11-40
문의 @biglovepasta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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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랑

서울역 15번 출구로 나와 비좁은 골목을 5분 정도 오르다 보면 그림 같은 한옥 한 채가 홀연히 나타난다. 언뜻 카페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위스키를 중심으로 셰리 와인, 병입 숙성 맥주 등 ‘농익은’ 음료를 소개하는 공간이다. 좋아하는 맛과 향을 탐색할 수 있도록 위스키 샘플러를 마련해 초심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지역 고유의 이미지를 담은 시그너처 칵테일을 선보여 개성을 드러낸다. 한 잔만 골라야 한다면 단연 칵테일 서울이다. 헤이즐넛과 레드 와인의 짙은 향을 녹인 위스키 사워로, 화려한 도시의 밤을 닮았다.

가격 위스키 샘플러 2만 5000원~6만 원 시그너처 칵테일 서울 2만 1000원
주소 서울시 용산구 청파로93길 46
문의 @cheongparang_seoul

TRAVEL TIP

지금 서울에서 가장 변화무쌍한 동네는 용산구 남영동과 청파동이 아닐까. 몇 년 사이 용산역과 삼각지 주변이 후끈후끈하더니, 그 열기가 몇 블록쯤 북상한 모양새다. 쌀국숫집 ‘남박’, 닭 요리 전문점 ‘남영탉’, TV에 등장한 인기 식당 ‘유용욱바베큐연구소’ 등이 남영동 골목의 유동 인구를 늘리는 데 한몫했고, 이 지면에 소개한 새로운 공간들이 바통을 이어받을 예정이다. 기실 남영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공분실’은 올해 말 민주인권기념관으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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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강은주
photographer 조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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