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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래, 우린 바래

미래의 건축은 앞으로 어떻게 환경과 상호작용할까?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열리는 전시 <해비타트 원(Habitat One)>에서 지속 가능한 주거 환경을 고민하는 아티스트 그룹 바래를 만나 그 실마리를 탐색해 보았다.

UpdatedOn July 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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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공기 막에 싸인 ‘에어리’가 전시장 한편을 순찰하듯 느릿느릿 움직인다. 얼핏 작은 솜 뭉치처럼 보이지만, 에어리는 인간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감응하는 모듈형 로봇이다. 제 몸에 부착된 태양전지 패널로 일용할 양식, 아니 에너지를 축적하는 친환경 장치이기도 하다. 건축 스튜디오 바래(bare: Bureau of Architecture, Research & Environment)는 에어리의 조립과 해체를 통해 탄소중립 시대의 주거 환경과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상상한다. ‘에어 오브 블룸(Air of Blooms)’은 십수 개의 에어리가 모여 벤치와 나무 그늘을 만들고, 이내 그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충전을 지속하는 휴식형 공유 공간이다. 여기서 한 차원 나아가 에어리 스스로 최적의 장소를 찾아 결합하고 해체하는 구조물 ‘인해비팅 에어(Inhabiting Air)’는 기후 위기를 맞은 지구의 모든 종을 위한 임시 거처로 기능한다. 바래가 상상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엔 공기, 모듈, 조립, 공존과 같은 열쇳말이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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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의 최윤희, 전진홍(왼쪽부터)

바래의 최윤희, 전진홍(왼쪽부터)

바래가 제시하는 주거 환경의 미래가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모듈 로봇 에어리를 상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오늘날 도시 생활은 자연을 충분히 만끽하거나 안정을 취할 여유가 없습니다. 과밀화된 도심 속에서 오직 휴식만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하기도 쉽지 않죠.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필요할 때면 언제든 휴식처를 제공하는, 자연 형태를 닮은 인공 구조물을 구상한 거죠. 다만 급변하는 사회와 도시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손쉽게 조립하고 해체하는 모듈 형태의 구조물을 고안했어요. 전시 주제인 지속 가능성과도 궤를 같이하는 이야기죠.

공기를 중요한 소재로 활용합니다. 바래의 작업에서 공기란 어떤 의미를 갖는 물질인가요?
공기는 이동성, 가변성이 좋은 소재입니다. 바래는 2016년부터 공기를 중심 소재로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지진이 우리 주변을 덮쳤던 시기라,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착용하는 ‘에어캡(Air Cap)’과 여러 개의 에어캡을 한데 조립해 피난처로 사용할 수 있는 ‘에어캡 파빌리온(Air Cap Pavilion)’을 구상했습니다. 이때 모듈이 공간을 이루듯, 개인이 공동체로 나아가는 과정도 함께 보여 줄 수 있었어요. 재난과 공기에 대한 아이디어는 코로나19 국면으로 이어져 요긴하게 적용됐습니다. 음압 병동이 모자랐던 2020년 겨울, 한국과학기술원과 함께 조립식 이동형 음압 병동 ‘에어빔 파빌리온(AirBeam Pavilion)’을 개발해 한국원자력의학원 원자력병원 앞에 세웠거든요. ‘에어빔’ 역시 단위 유닛으로, 조립과 해체가 용이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감각의 공간, 워치 앤 칠 2.0>전에도 의자 모양의 공기 조형물 ‘에어레스트(Air Rest)’로 참여했죠?
네. 공기가 디지털 세계의 기본 단위인 데이터와 유사한 속성을 지닌다는 사실을 ‘에어레스트’로 드러내고 싶었어요. 공기와 데이터, 둘 다 우리 곁에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은 채로 끊임없이 흐르잖아요. 이 전시 공간을 찾은 관객은 ‘에어레스트’에 앉아 작품을 감상하는 동시에, 자신의 신체를 새롭게 감각하면서 가시화된 공기와 데이터를 두루 경험할 수 있어요.

서울 우사단로를 무대로 한 ‘도킹시티(Docking City)’ 연작, 을지로를 조망한 ‘루핑시티(Looping City)’ 연작을 선보이며 도시에 대한 관심을 이어 왔지요. 이 전시가 열리고 있는 부산은 바래에 어떤 영감을 주는 도시인가요?
물이 들고 나는 풍경, 해변과 파도가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어느 도시보다도 자연의 힘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기에 매력적인 지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함께 상영하는데, 그 속에서도 부산의 바닷가를 무대로 삼았습니다. 이 바다를 눈여겨보시면 더 즐거울 겁니다.

건축 환경을 고민하는 아티스트로서 이번 전시에 대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현대자동차가 모빌리티(기동성, 이동 수단)의 여러 가지 가능성을 담은 브랜드이니만큼 움직이는 모든 것에 대한 아이디어와 시도를 융합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전시 공간이 폐공장(고려제강 수영 공장)을 재활용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았어요. 바래도 건축 요소를 부수거나 폐기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 따라 이동하고 적응하는 ‘조립’의 방법론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바래의 바람은 무엇인가요?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지금까지는 거의 모든 작품을 전시 공간 안에서만 선보였습니다. 앞으로는 바래의 아이디어와 실험을 전시장 바깥으로 끄집어내어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관람객은 전시 공간 안에 있는 건축적 아이디어를 가짜, 재현물이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바래의 작품은 반대로 전시 공간 안에서 원본성을 지니거든요. 그래서 전시를 통해 태어난 작업이 밖으로 나가 우리 생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를 꿈꿉니다. 가까운 미래엔 바래의 작품을 더 큰 스케일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 전시 <해비타트 원>

+ 전시 <해비타트 원>

현대자동차는 탄소 배출량을 ‘0’에 수렴하기 위한 ‘2045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2023년 1월 8일까지 열리는 전시 <해비타트 원>은 한국의 바래, 영국의 에콜로직스튜디오가 제시하는 비전을 통해 탄소중립 시대의 첫 세대가 경험할 주거 환경의 미래를 펼쳐 보인다. 문의 1899-6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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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강은주
photographer 조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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