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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당, 해녀

바당은 바다를 뜻하는 제주어다. 제주 하면 바당이고, 바당 하면 해녀다.

UpdatedOn June 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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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는 해녀를 경력과 능력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으로 구분한다. 서울에서의 고단한 생활을 청산하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제주까지 내려온 여인, 영옥은 이제 막 해녀 학교를 졸업하고 물질을 시작한 1년 차 하군 해녀다. 영옥에게 바다는 은신처이자 해방구다. 비양도가 어른거리는 금능해변에 머물며 연애하고, 일하고, 낙담하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낸다. 젊은 해녀의 녹록지 않은 삶을 끌어안아 준 제주의 자연은 그를 둘러싼 이들까지도 넉넉히 품는다. 영옥의 애인이자 해녀 배 모는 선장인 정준, 물에서 목숨 잃은 해녀 누나를 둔 동석, 60년 물질 인생을 버텨 온 상군 해녀 춘희를 아우르고 토닥인다. 그리하여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블루스’란 제주를 가리키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네들의 상처를 보듬는 푸른 제주 바다가 느릿하고도 애잔한 춤곡인 블루스를 닮았다.

해녀, 혹은 좀녀라고 불리는 여인. 산소 공급 장치 없이 바닷속으로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이들은 그저 자연의 순리에 복종한다. 아니, 자연의 일부로 스며들었다 해도 좋을 것이다. 소라든 전복이든 주어진 숨만큼만 취하기 때문이다. 우도 해녀들의 생활을 그린 다큐멘터리 <물숨>은 바로 이 ‘주어진 숨’의 철학을 말한다. 바닷속에 더 머무르려는 욕심을 참지 못한 채 삼키는 ‘물숨’은 죽음을, 숨이 차오르는 것을 제때 알고 수면 위로 나와 뿜어내는 휘파람 ‘숨비소리’는 삶을 은유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편과 저편을 오가는 해녀의 딜레마가 우리의 인생과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제주를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면, 지금부터 해녀의 이야기를 따라 여행하길 권한다. 제주의 ‘바당’을 수호하는 이 귀하고 고운 존재만큼이나 매력적인 이정표도 없으니 말이다. 오랜 세월 드넓고 아름다운 섬을 지탱해 온 해녀 문화는 <물숨>이 개봉한 해인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되살아났다. 배우 전도연이 엄마의 해녀 시절과 현재를 오가며 사랑스러운 1인 2역을 소화한 영화 <인어공주>, 탐라 해녀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 <탐나는도다>, 배우 심은하가 무명으로 만든 옛 물소중이(해녀복)를 입고 등장해 화제를 모은 영화 <이재수의 난>···. 바당과 해녀를 담아낸 작품의 기나긴 목록 중에서 이 계절 제주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애틋한 네 편을 골라 소개한다.
 

이곳에서 촬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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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순간>
@삼달리 앞바다

영화


신비로운 곶자왈과 투명한 바당이 공존하는 성산읍. 이곳에서 삶을 꾸려 가는 일흔 줄의 해녀 진옥은 예기치 못한 정념에 사로잡힌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찍겠다고 주변을 어른거리는 경훈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이 가장 자주 만나고 토닥거리는 사랑의 무대는 진옥의 일터인 삼달리 앞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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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 항쟁, 그날>
@세화리 일대

드라마


제주해녀항일운동 90주년, 그날을 돌아본다. “아멩 물질밖에 모르는 나주만 크기는 구분헐 줄 알아마씨.” 항쟁의 불씨를 지핀 건 일제의 부당한 해산물 거래와 해녀 조합비 징발이었다. 1932년 1월 세화 오일장날, 해녀들은 세화리 연두망동산에 집결해 시위를 벌인다. 제주해녀박물관이 위치한 세화리 일대가 모두 살아 있는 해녀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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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춘할망>
@평대해변

영화


해녀 계춘은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손녀 혜지와 우여곡절 끝에 만난다. 두 사람은 평대해변에 자리한 계춘의 집에서 함께 살아가지만, 마을 주민들은 혜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다. 사실 계춘은 오래 지나지 않아 혜지의 어둡고 비밀스러운 과거를 알아차린다. 그러면서도 혜지를 애달픈 마음으로 바라보고, 보듬는다. 할망의 마음은 바다처럼 깊고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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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전설>
@김녕해변

영화


제주 출신 오멸 감독이 <지슬>에 이어 고향의 문화를 스크린에 담았다. 해녀의 자맥질을 싱크로나이즈드와 연결시킨 기발한 시도다. 아쿠아리움에서 수중 공연을 하던 싱크로나이즈드 국가 대표 선수 영주는 김녕 어촌 해녀들을 이끄는 코치 자리를 맡게 된다. 상군 해녀 옥자와 갈등을 겪지만, 바다가 파도를 포용하듯 서로를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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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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