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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 삼시 세끼

부산역에서 뭘 먹어야 좋을지 갈팡질팡하는 여행자를 위해 지극히 ‘부산’스러운 세 가지 메뉴를 안내한다.

UpdatedOn March 2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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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전돼지국밥

08:30 시작은 국밥으로
부산행 열차에 오르면서부터 내내 떠오르는 장면 하나. 뽀얀 김이 피어오르는 돼지국밥과 ‘정구지(부추의 방언)’가 놓인 투박한 한 상이다. 그리하여 부산역 승강장에 발을 딛자마자 달려간 곳은 역 앞 광장에서 북동쪽으로 이어진 중앙대로214번길, 달리 말하면 부산역 국밥 거리다. 발길은 어느새 홀린 듯 익숙한 간판 앞에 멈춘다. ‘본전돼지국밥’. 45년 전통이니, 역전 국밥 거리의 터줏대감이니 하는 수식어보다 확실한 광고는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 집의 복닥복닥한 풍경이다. 20대부터 국밥 장사를 시작해 어느덧 예순이 훌쩍 넘은 주성식 대표는 2002년 이곳에 자리 잡은 이래 매일 오전 8시 반이면 가게 문을 연다. 돼지 사골을 24시간 쉴 틈 없이 뭉근하게 끓여 국물을 우려 놓고, 김치는 기장 멸치를 숙성해 직접 만든 젓갈로 날마다 싱싱하게 담가 낸다. 이 집 고기는 유독 부드럽고 잡내가 나지 않는 것으로 입소문이 자자한데 국밥에 들어가는 것은 앞다리를, 수육용으로는 삼겹살을 쓴다. 그나저나 가게 이름이 왜 ‘본전’일까? “그냥, 마, 손님들이 여기서 본전은 찾고 가라고 그리 진 겁니더.” 어디 본전뿐일까. 국물 한 술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뜨끈해지고, 다시 걸음을 뗄 기운이 솟는다.
가격 돼지국밥·순대국밥·내장국밥 8000원 수육백반 1만 2000원
주소 부산시 동구 중앙대로214번길 3-8
문의 051-441-2946

+ 부산역 국밥집 탐방
신창국밥 고기만, 순대만, 내장만···. 총 여덟 가지 선택지를 마련했다.
양산국밥 역 안 맞이방에서 만나는 첫 국밥집.
영동밀면&돼지국밥 나는 국밥, 너는 밀면. 두 가지를 한 번에 즐긴다.

 • - 주인장 한마디 - •

주인장 한마디

국밥에 정구지 무침이랑 새우젓 적당히 너가꼬(넣어서) 들어 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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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란브랜드연구소

12:00 초량동 빵지 순례
부산역이 자리한 초량동이 새로운 ‘빵지 순례’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파이만쥬와 크림빵으로 이름난 ‘태성당’, 문 열기 무섭게 맘모스빵이 동난다는 ‘초량온당’, 텍사스 거리에 늘어선 동유럽풍 베이커리까지 빵 좋아하는 이라면 눈 돌아갈 만한 가게가 촘촘히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번엔 초량동 빵지 순례 지도에 등장한 새 명소를 찾아가 본다. 바로 ‘명란브랜드연구소’다. 이바구길 허리께 위치한 이곳은 1900년대 초 명태를 비롯한 수산물을 저장하던 남선창고(초량명태고방)의 역사를 계승해 다채로운 명란 먹거리를 소개하는 공간이다. 우선 명란 캐릭터 디자인 상품을 판매하는 지하 1층의 ‘명란 삼남매 아지트’와 지상 1층의 ‘마을사랑방’을 차례로 방문하고 나면 2층 ‘명란 스토리지’에 닿는다. 어육 함량이 높아 쫄깃한 명란 크로켓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명란 식품을 여기서 만나 볼 수 있다. 3층 ‘카페테리아’에서는 명란 마요 소스를 투하한 샌드위치 명란 뵈르부터 뇨키, 피자, 칩, 샐러드 등으로 변주한 각종 명란 요리가 입맛을 돋운다. 연잎과 레몬그라스를 우려 만든 음료 이바구오차를 곁들이면 풍미가 더 좋아진다. 옥상 ‘명란한 루프톱’에서 바라본 아찔한 부산항 전망은 오직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후한 덤이다.
가격 명란 고로케(새우, 고구마) 2000원 명란 뵈르 6500원 이바구오차 3500원
주소 부산시 동구 영초윗길 22-1
문의 051-463-9182

+ 초량동 빵지 순례
디구앙 케이크와 쿠키를 주로 선보이는 사랑스러운 디저트 카페.
태성당 파이 명장이 조리한 탄탄한 메뉴 라인업을 갖춘 베이커리.
초량온당 치즈, 단호박, 흑임자 등 다양한 재료의 맘모스빵을 선보인다.

 • - 주방장 한마디 - •

주방장 한마디

명란 뵈르에 쓰는 빵은 천연 발효종으로 부풀린 반죽을 구워 풍미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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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불백

19:00 불백 한 쌈에 소주 한 잔
어둠이 내리면 일렁이는 불빛을 좇아 불백 거리로 흘러든다. 불백 거리는 1950년대 형성된 초량동 돼지갈비 골목의 곁길을 이룬다. 불백과 돼지갈비 식당이 모인 길을 아울러 ‘육(肉)거리’라고도 부르는데 돼지갈비 골목은 과거 부두 노동자들이, 불백 거리는 택시 기사들이 자주 드나들면서 호황을 이뤘다. 지금이야 그 열기가 한풀 꺾였으나, 저녁이면 여전히 동네 술꾼들로 골목골목이 북적거린다. 일대에서 유일하게 치즈불백을 선보이는 ‘부경불백’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이 거리만의 고유한 개성을 잃지 않고자 한다. “예전부터 즐겨 먹던 우리네 불백과 요즘 사람들 취향을 결합한 맛이랄까요.” 부모님에 이어 부경불백을 운영하는 이재호 대표가 귀띔하는 불백 제대로 먹는 법은 다음과 같다. 상추 위에 고기 한 점, 무채 한 젓가락, 오이고추 한 조각, 생마늘 한 조각 올리고 쌈장 얹어 야무지게 한 쌈 만든 뒤 입안에 탁 털어 넣는 것. 여기엔 어떤 술을 곁들이는 게 좋을까?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역시 부산 소주가 좋겠죠. 소주 한 잔 들이켜고 얼얼해진 혀를 쌈으로 달래는 겁니다.” 불백 거리의 밤이 흥건하게 취해 간다. 예약해 둔 기차표의 탑승 시각을 슬며시 뒤로 미룬다.
가격 돼지불백 9000원 치즈불백 9500원(2인분 이상 주문 가능) 된장찌개·순두부찌개 7000원
주소 부산시 동구 구봉로 2
문의 051-463-9914

+ 밤에 더 좋은 초량동 식당
은하갈비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양념갈비 명가.
초량화닭 칼칼한 닭볶음탕과 바삭한 양념똥집튀김이 훌륭하다.
송원감자탕 감자탕부터 볶음밥까지, 풀코스로 즐길 수 있다. 

주인장 한마디

주인장 한마디

우리만의 전처리 과정을 거친, 잡내 없는 국내산 고기만 사용합니다.

 

+ Tip
깊어가는 밤을 붙잡고 싶다면 지하철 부산역 9번 출구 방향으로 나와 바다를 따라 산책해 보자. 지난해 말 1차 개방한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이 걸음을 반긴다. 이곳은 부산항대교의 화려한 야경을 코앞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 오는 5월 수변 스탠드와 터널 분수, 조망 덱과 광장까지 단장해 부산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어엿하게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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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강은주
Photographer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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