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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를 쇼츠로 배웠어요

댓글 창에 ‘ㅋㅋㅋ’가 난무하는 사투리 개그 숏폼이 쏟아진다. 1타 강사님이 선보이는 현란한 사투리에 감탄하며, 한 수 배워 보기로 했다.

UpdatedOn February 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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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말맛을 살리고자 사투리로 작성했지만, 원활한 의미 전달을 위해 사투리 사용을 종결어미 위주로 한정했습니다. 지역별 방언 화자의 자문을 받았으나, 입말인 사투리를 문어체로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KTX매거진>은 지역어를 알리고 가꾸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 “갱상도 사투리 왔어예”

    영화나 드라마에서 쓰는 절대 다수의 방언은 동남 방언입니더. 한반도 동남쪽 영남 지역에서 주로 사용하는 사투리로, 갱상어라고도 부르지예. 동남 방언 사용자가 아이라도 “친구 아이가” “아부지 뭐 하시노” 같은 영화 대사는 익숙할 만큼 흔하게 활용되는 사투리고예. 다만 이래 마이 쓰니까네 잘못된 사투리를 알아차리는 이들도 많심더.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의 크리에이터이자 대구 출신 화자인 강민지의 ‘사투리 기강 잡으러 왔어예’ 시리즈 영상을 보면서 한참을 웃었어예. 드라마의 어색한 사투리를 짚어 내가 “모든 말에 멜로디를 붙이지 말라”라고 일갈하는데, 갱상도 사람들의 큰 공감을 얻을 수밖에 없겠더라고예. 그런가 하믄 ‘경상도 호소인’을 자처해 ‘맛꿀마’ ‘깔끼하다’ 등 실재하지 않는 사투리로 웃음 포인트를 삼은 <피식대학> 새 콘텐츠 ‘메이드 인 경상도’는 의견이 꽤 분분해 보이데예.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꺼?

  • “왐마, 전라도 사투리 맞제”

    전라도 사투리는 언어학적으로 표현하믄 서남 방언이라 허요. 한반도 서남쪽의 완만한 지형맹키로 말씨가 느긋한 한편, 발화자가 화를 내는 순간 분위기가 백팔십도 달라지는 반전 매력도 있지라. 최근 SNS상에서 서남 방언의 여러 가지 면모를 볼 수 있는 콘텐츠가 흥행 중인께 얼매나 반가운지 모른당께요. 일단 개그 크리에이터 조재원의 먹방 한번 보시쇼. 전라도 사투리를 차지게 구사하는 어머니가 출연해 분위기를 제압하지라. ‘마라탕이 뭐시다냐’ ‘대나무 국수가 뭐시다냐’ 등으로 이어지는 ‘뭐시다냐’ 시리즈가 겁나게 웃겨분디, 최고 200만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당께요. 광주에 거주하는 크리에이터 문유성의 숏폼 영상도 봐야 않겄소.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을 전라도 사투리로 번역해 놨는디, 어휘 선택이며 정서 표현이 하도 절묘해 갖고 이 시리즈를 ‘정주행’하게 됩디다. <겨울 왕국>의 테마곡을 개사한 ‘겨울 왐마’는 이미 무한 반복했지라.

  • “충청도 사투리 여깄슈”

    한반도 중남부에서 주로 사용하는 충청 방언은 어미가 짧지만 길게 늘여 발음하는 경향이 있슈. 충청도 사람들이 느릿느릿하다는 오해가 바로 여기서 촉발됐을 거유. 다른 지역 방언이 종결어미와 발음, 억양 등이 특징적인 데 비해 충청 방언은 은유적이면서도 우회적인 표현 방식이 인상적이쥬. 괜찮지 않은 상황에서 “괜찮아유”를 외치는 코미디언 최양락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가 되쥬? 최근엔 충남 아산 온양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소년시대>에서 쓰인 충청도 사투리가 관심을 얻었쥬. 고깃집에서 선뜻 젓가락을 들지 않는 친구들에게 “다들 탄 고기를 좋아혀?”라고 말하는 병태는 전형적인 충청 방언 화자여유. 코미디언 출신으로 유튜브 채널 <눈바람비꽃>의 크리에이터이기도 한 김두영이 보여 주는 충청도 사투리의 맛도 기가 막혀유. 절대 본론부터 꺼내지 않는 충청도 화법의 정수를 보게 되거든유. “내가 점심을 좀 일찍 먹긴 했는디”로 운을 떼는 충청도식 식사 약속 잡기 방법이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검색해 보셔유.

  • “강원도 사투리, 방굽소야”

    흔히 강원도 사투리라고 하는 언어는 영동·영서 방언이래요. 영서 지역은 경기 방언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억양이나 어휘 활용이 도드라지지 않지만, 영동 지역은 여러 면에서 독보적인 특징을 지녔다잖소. 영동 지역에서 사투리를 가장 활발히 지걸이는 곳은 강릉이래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강원도 지역어를 표현할 때 광범위하게 사용 하는 종결어미 ‘-드래요’는 강릉권은 안 씨고 정선·태백 쪽에서만 씬다잖소.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 씬 이래 일파만파 퍼졌는데, 이제는 바로잡아야 할 때래요. 풍부한 아카이브를 토대로 영동 방언 콘텐츠를 편집해 업로드하는 <MBC 강원영동> 유튜브 채널에서 본 강릉 사투리 경연대회 우승자의 목소리를 담은 영상이 압권이래요. “뭐이↗︎라는↘︎기↗︎나?” “잰전은 거실러 줄티니 그냥 다(우)와” 등 문장 하나하나가 귀에 날아와 꽂히니 마카 함 보시우야.

    * 강릉말사투리보존회의 자문을 받았습니다.

  • “제주도 사투리, 무신거렌
    암신디 모르크냐?”

    제주도 사투리는 다른 말로 제주 방언, 제주어렌 읍니다. 2011년, 유네스코는 제주어를 소멸 위기 언어로 지정했는데, 그중에서도 4단계인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로 분류헷덴마씸. 미디어에서도 제주어를 만나기란 쉽지 안허주마씸. 다만 2022년 방영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영 <웰컴 투 삼달리>가 이야기의 무대를 제주로 삼으면서 제주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졋수다. 최근엔 미디어의 제주어와 생활 제주어를 번갈아 가며 가르쳐 주는 영상으로 눈길을 끈 유튜브 채널 <뭐랭하맨> 덕분에 또 한 번 제주어를 배울 기회가 생겻수다. 저 ‘타지인 오답률 97.1% 제주어 개사 노래’ 영상을 보게마씸. “대맹이부터 발끝까졍 몬딱 소랑스러워~” 무신 노래인지 모르쿠과? 정답이 궁금허민 직접 확인헙서.

    * 제주학연구센터의 자문을 받았습니다.

  • “서울 사투리는 표준어와 다르거덩여”

    자꾸 잊어버리는 사실이지마는, 서울에도 사투리가 있어여. 표준어 사정 원칙이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기는 해두, 정작 전통적인 서울 사투리는 표준어의 그늘에 가린 채루 언중의 관심에서 멀어졌걸랑여. 서울 사투리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은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에서 배우 고아성이 1980년대 서울 여성을 연기하구부터일 거예여. 치밀한 연구 끝에 탄생한 서울 사투리에 많은 시청자가 환호했드랬져. 최근엔 1990년대 TV 연예인 인터뷰 영상에 박제된 서울 사투리에 이어 쿠팡플레이 <SNL 시즌 4>의 ‘선데이 90’ 출연진이 선보인 서울 사투리가 화제를 모았어여. 1990년대 말투며 패션을 고스란히 옮겨 감탄하게 되드라구여. 특히 X세대 상황극을 보면 “잘났어 증말” 같은 그 시절 유행어나 “그짓말” “어머 웬일이니”처럼 서울말 특유의 억양이 잘 드러나는 대사가 등장해 웃음을 유발하거덩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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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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