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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섬 그리고 항구, 거제

쪽빛 물결 위로 구름 없이 말간 하늘이 흘렀다. 성과 섬, 항구를 거닐며 거제가 품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햇살과 달빛을 머금은 낮과 밤의 바다를 오래도록 눈에 담았다.

UpdatedOn October 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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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라진성

구조라리는 지형의 생김새가 자라 목을 닮았다 하여 조라목·조랏개·항리라 불렀고, 구조라라는 이름으로 남았다. 신우대 군락을 지나 구조라진성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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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라 일대는 알수록 재미나다. 자라 목을 닮았다 하여 부른 조라목이 어원 중 하나이며, 수정산 자락에는 옛 진성인 구조라진성도 자리한다. 구조라여행자센터에서 구조라진성, 샛바람소리길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구조라가 더 잘 보인다. 문의 055-681-8077

구조라 일대는 알수록 재미나다. 자라 목을 닮았다 하여 부른 조라목이 어원 중 하나이며, 수정산 자락에는 옛 진성인 구조라진성도 자리한다. 구조라여행자센터에서 구조라진성, 샛바람소리길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구조라가 더 잘 보인다. 문의 055-681-8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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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생각만 해도 시원해지는 단어다. 소리 내어 말하면 귀를 간질이는 파도 소리와 하얗게 부서지며 일렁이는 물결이 떠오른다. 시리도록 파란 바다를 실컷 보고 싶은 날, 달뜬 마음을 안고 기차에 올랐다. 종착역인 부산역에서 내린 뒤 남서쪽으로 더 내달려 섬까지 가 볼 작정이다. 면면이 눈부신 풍광과 역사를 간직한 경남 거제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샛바람 불어오는 구조라진성

거제는 섬이되 뱃길을 이용하지 않아도 갈 수 있다. 거제대교와 신거제대교가 통영을, 거가대교가 부산을 이어 준 덕에 거제는 뭍과 다름없는 교통 편의를 갖춘 도시로 거듭났다. 부산역에서 거가대교를 건너 여행의 들머리인 구조라항에 닿았다. 크고 작은 배가 유유히 떠다니는 한적한 항구를 뒤로한 채 마을로 향한다. 구조라진성을 가리키는 화살표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대나무 길부터 펼쳐진다. 샛바람소리길이다.

두 명이 겨우 나란히 걸을 정도로 좁은 길 가장자리에 대나무가 빽빽이 들어섰는데, 마치 동굴처럼 길을 에워싸 햇빛이 잘 들지 않는다. “익히 아는 대나무보다 가늘지요? 대나무의 한 종인 신우대입니다.” 이심선 문화관광해설사가 말을 건넨다. 가볍고 질긴 신우대는 바구니 같은 생활용품뿐 아니라 화살의 재료로 사용했다. “구조라진성 아래에 신우대 숲이 있다는 점을 미루어 보아 적과 싸워야 하는 유사시 이 신우대로 화살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문화관광해설사가 설명을 덧붙인다. 바람이 불자 신우대가 이리저리 흔들리며 쏴 소리를 낸다. 뱃사람들은 동풍을 ‘샛바람’이라 했다. 동풍이 불면 이곳 신우대 움직이는 소리가 유달리 크게 난다. 이 길을 샛바람소리길이라고 부르게 된 배경이다. 샛바람과 대나무의 합주를 들으며 컴컴한 길을 빠져나오자 햇살이 쏟아지는 평평한 언덕이 나온다. 이곳 방언으로 ‘언덕바꿈’이라 하는 곳이다. 억새가 흐드러진 들판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과부와 홀아비의 애달픈 설화가 전하는 윤돌섬도 보인다. 길과 언덕, 작은 섬 하나하나 애정 어린 이름과 이야기를 붙이며 살아온 사람들이 정답다.

본격적인 오르막이다. 숨이 턱에 닿을 무렵 돌무더기가 이어진다. 들쑥날쑥 쌓인 돌을 조심스레 딛고 오르자 성이 펼쳐진다. 그제야 지금 밟고 올라온 돌무더기가 구조라진성의 일부임을 깨닫는다. 전체 둘레 860미터, 폭 4.4미터, 높이 4미터에 달했을 이 진성은 현재 남문 부근만 남아 있다. 우뚝 솟은 구조라진성에 서서 마을과 항구를 굽어본다. 양쪽에 바다를 두고 좁게 들어간 지형이 인상 깊다. 언뜻 항아리 목처럼 좁아진 형태다. 이 모습이 옛사람들도 재미있었는지 조라목, 조랏개, 목 항(亢) 자를 써 항리라고 불렀고, 끝내 조라라는 이름으로 남았다 전하는데, 자라 목을 닮아서 조라목이라 했다는 해석에 마음이 쏠린다. 조라에 있던 진성이 1604년 옥포로 자리를 옮기면서 폐쇄됐으나 1651년 다시 진성의 기능을 되찾으며 이곳은 옛 조라, 즉 구조라가 됐다. 구조라 왼편은 구조라해변, 오른쪽은 구조라 항구와 와현해변, 저 멀리 지세포도 보인다.

구조라진성은 지세포진성을 보조하고 방어하는 전초기지였다. 지세포를 우리말로 풀이하면 ‘세상을 알 수 있는 포구’라는 의미다. 중국, 일본과 교역이 활발해 각종 물자가 넘쳐 났기 때문이다. 밖에서 잘 보이지 않는 움푹 들어간 지형이라 군사적으로도 중요했다. 성곽을 따라 걸으니 구조라진성이 전초기지였던 까닭을 알 것 같다. 이 일대에서는 해금강, 외도, 쓰시마섬(대마도)까지 보인다. 왜적을 감시하기에 알맞을 뿐 아니라 일본과 가까운 만큼 반드시 사수해야 할 중요한 성이었으리라. 성곽에서 내려와 남문이 있던 자리에 선다. 벽과 벽 사이 텅 빈 공간이 대문의 크기를 짐작케 한다. 문 주변 성벽은 둥글게 쌓아 적에게 문이 쉽게 노출되지 않는 옹성 형태다. 구조라진성의 문은 총 세 개, 성벽에 붙은 적을 공격하기 좋게 만든 돌출 구조물인 치성은 다섯 개로 추측한다. 군사들이 바삐 오가고, 문과 치성을 교대로 지켰을 모습을 상상한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애써 주어서 고맙다고, 덕분에 이곳에서 편하게 풍경을 감상한다고 그들의 노고에 지금이나마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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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보타니아

하늘과 바다가 허락해야만 만날 수 있는 정원에 간다.
햇빛을 받은 바다가 윤슬로 반짝이는 쾌청한 날, 뱃길을 달려 외도 보타니아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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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보타니아는 섬 전체가 식물원이다. 이국적인 아열대식물이 가득해 식물의 낙원이라는 별칭이 들어맞는다. 지중해 지역이 연상되는 하얀 건축물 사이 피어난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완상하면서 산책하기 좋다. 거제 7개 항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다. 문의 055-681-4541

외도 보타니아는 섬 전체가 식물원이다. 이국적인 아열대식물이 가득해 식물의 낙원이라는 별칭이 들어맞는다. 지중해 지역이 연상되는 하얀 건축물 사이 피어난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완상하면서 산책하기 좋다. 거제 7개 항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다. 문의 055-681-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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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낙원, 외도 보타니아

섬 안의 섬 여행을 떠난다. 넓고 큰 섬인 거제에서 색다른 정취를 느끼고 싶어 외도 보타니아행 배에 오르기로 한다. 걱정과 달리 날씨가 맑다. 섬 여행은 기상 조건이 좌우하니, 이번 외도행은 하늘과 바다가 방문을 허해 준 셈이다. 구조라항에서 출발한 작은 유람선이 쪽빛 바다에 하얀 파문을 일으키며 순조롭게 달린다. 10분만 지나면 도착하기에 꿀렁거리는 뱃길도 즐겁기만 하다.

보타니아는 식물(botanic)과 낙원(utopia)의 영문을 합성해 만든 별칭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선착장에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이국적인 풍경이 눈을 사로잡는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외도 보타니아는 섬 전체가 해상 식물 공원이다. 꽃과 나무의 향연에 눈을 어디부터 두어야 할지 망설여질 때는 여행자의 본분을 상기한다. 감상하러 왔기에 마음 가는 대로, 보고 싶은 대로 아름다운 것을 실컷 눈에 담기로 한다. 나무 잎사귀 하나도 윤기가 돌아 반짝반짝하다. 잎이 작고 두꺼운 나무들이 유난히 눈에 띄는데, 따뜻한 해풍이 불어 염분에 강한 종이 잘 자란다. 외도 보타니아는 2000만 명 이상 다녀갔을 정도로 이름난 해상 식물 공원이지만, 과거에는 거제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섬 중 하나에 불과했다. 1970년대 섬을 매입한 이창호·최호숙 부부가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아열대식물이 자라기 적합한 자연조건을 가진 섬이라는 걸 체득한 뒤 꽃과 나무를 심고, 지금 모습으로 변화를 거듭해 왔다. 노력과 의지에 세월을 더하면 섬의 운명도 바뀌니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칠레, 멕시코,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선인장으로 가득한 선인장 정원은 작은 화분에 담길 만큼 앙증맞은 크기부터 거대한 나무에 이를 정도로 크기도 생김새도 천차만별이다. 불야성이 가시 돋은 잎을 기세 좋게 쭉쭉 뻗었고, 고슴도치용설란은 삐죽삐죽 자라난 모양새가 고슴도치가 움츠린 모습을 닮았다.

분명 거제인데 유럽이 연상되는 곳이 있으니, 바로 외도 보타니아를 대표하는 장소인 비너스가든이다. 초등학교 분교 운동장이던 넓은 공간을 유럽식 정원으로 가꿨다. 하얀 건축물과 곳곳의 조각상이 존재감을 과시하는 데다 사방을 파란 바다가 감싸 더욱 이국적이다. 벤베누토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친숙한 맨드라미부터 멜람포디움, 부겐빌레아, 알라만다, 순비기나무 등 붉은색·노란색·보라색 꽃이 싱그럽다. 틈틈이 고개를 돌리면 바다가 한눈에 펼쳐져 더욱 절경을 이룬다. 잠시 벤치에 앉아 나풀거리는 흰 나비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는다. 꽃과 꽃 사이를 오가다가 이내 파란 배경으로 사라졌는데, 하늘인지 바다인지는 모르겠다. 하늘이 바다를 닮아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날이었다.

<KTX매거진>×MBC 라디오 <노중훈의 여행의 맛>

<KTX매거진>×MBC 라디오 <노중훈의 여행의 맛>

거제에 다녀온 <KTX매거진>이 MBC 표준FM <노중훈의 여행의 맛>을 통해 독자, 청취자 여러분과 만납니다. 취재 뒷이야기, 지면에 미처 소개하지 못한 여행 정보를 함께 들려 드립니다.
* 11월 4일 오전 6시 5분(수도권 95.9MHz)
* QR코드를 스캔하면 방송을 다시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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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승포항 송년불꽃축제 소원을 비는 산책 길인 송구영신 소망길이 있는 장승포항이 연말이면 더욱 희망으로 가득해진다. 12월 31일에는 각종 공연과 행사에 참여한 뒤 하늘을 수놓은 불꽃을 바라보며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다 함께 외친다.

장승포항 송년불꽃축제 소원을 비는 산책 길인 송구영신 소망길이 있는 장승포항이 연말이면 더욱 희망으로 가득해진다. 12월 31일에는 각종 공연과 행사에 참여한 뒤 하늘을 수놓은 불꽃을 바라보며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다 함께 외친다.

거제와 가까운 
기차역은 부산역이다. 
서울 출발을 기준으로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부산역까지 
2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거제와 가까운 기차역은 부산역이다. 서울 출발을 기준으로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부산역까지 2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거제와 가까운 기차역은 부산역이다. 서울 출발을 기준으로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부산역까지 2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장승포항

안녕과 풍요를 지키는 수호신인 장승이 마을 입구에 서 있어 장승포항이라 불렀다. 그래서일까.
시리도록 추웠던 73년 전 성탄절, 장승포항에 기적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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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포 기적의 길, 송구영신 소망길이 이어지는 장승포항은 산책하며 야경을 감상하기에 그만이다. 해 질 녘 장승포항 등대에서 노을을 바라보다가 사위가 어두워지면 조명을 켠 송구영신 소망길의 장승과 달에 소망을 빌어도 좋겠다. 문의 055-639-4654

장승포 기적의 길, 송구영신 소망길이 이어지는 장승포항은 산책하며 야경을 감상하기에 그만이다. 해 질 녘 장승포항 등대에서 노을을 바라보다가 사위가 어두워지면 조명을 켠 송구영신 소망길의 장승과 달에 소망을 빌어도 좋겠다. 문의 055-639-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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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과 소망을 품은 항구

섬 따라 항 따라 이야기가 흐른다. 장승포항에는 따뜻한 사연이 녹아 있다. 장승포항은 어쩌다가 이름에 장승을 붙이게 됐을까. 마을 어른의 답은 명쾌하다. 마을 입구에 장승이 있던 포구라 그렇단다. 지금은 지명으로만 남았지만, 옛사람들은 웃거나 험상궂은 표정을 지은 장승을 볼 때마다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안녕을 바랐을 것이다. 장승 덕분인지 73년 전 성탄절, 장승포항에 기적이 일어났다. 장승포동 골목에서 시작하는 장승포 기적의 길을 따라 걸으며 흥남 철수 작전과 거제의 이야기를 벽화로 마주한다.

6․25전쟁이 일어난 1950년 겨울. 유엔군과 한국 정부는 평양을 포기하고 후퇴하기로 결정한다. 미군은 해상 철수를 택하는데, 병력은 물론 소식을 들은 주민까지 흥남항에 운집한다. 그렇게 철수가 이어지고 마지막 남은 배는 메러디스 빅토리호 한 척. 60명 정원인 화물선에 선원을 제외한 승선 가능 인원은 단 13명뿐이었다. 레너드 라루 선장은 선적한 무기와 물자를 모두 내려놓은 뒤 피란민을 차례로 태웠다. 승선하는 데만 장장 16시간이 걸려 1만 4000명을 태운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3일간 항해했다. 12월 25일 거제도 장승포항에 배가 도착했다. 모두가 무사했으며, 항해 기간 다섯 명의 아이가 탄생했다. 장승포 주민들은 광주리에 주먹밥을 담아 머리에 이고 부두로 나가 피란민을 맞았다. 같이 살아가 보자고, 힘든 시절을 이겨 내 보자고, 밥을 주고 집을 내주었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기적이 일어나서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장승포 기적의 길이 끝나는 구간은 송구영신 소망길로 이어진다. 어느덧 날이 저물고 네온사인을 입은 장승이 입구에서 반긴다. 이 길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만든 장승포신사가 있던 자리지만, 장승포의 의미를 되살리고 소망의 의미를 더해 조성했다. 찬찬히 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며 장승포 일대의 여러 사연을 상기한다. 나무숲 사이 일렁이는 조명이 반딧불 같다. 이윽고 거대한 달 조명 앞에 발걸음을 멈추고 소망한다.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 낸, 또 살아가는 모든 이가 평안하기를. 시선을 멀리, 등대와 바다로 옮긴다. 성과 섬 그리고 항구에 이르기까지 거제는 많은 이야기를, 결국은 사람을 품었다. 어선의 불빛이 일렁이는 거제 밤바다는 꺼질 줄 모른다. 그처럼 거제 사람들의 이야기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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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ress, Island, and Port

The cloudless sky flows over the shimmering waves. Strolling through the Fortress, island, and port, I immersed myself in the stories of Geoje, and admired the flow of the sea from day to night.


With a yearning to feast my eyes on the vast blue expanse of the ocean, I boarded the train bound for Busan Station. From there, I headed further southwest to Geoje, a city known for its dazzling landscapes and rich history.

Enjoying the Breeze at Gujora Fortress

Geoje is an island, yet not just an island. You can reach it without taking a boat. Crossing Geoga Bridge from Busan Station, I arrived at Gujora Port, the starting point of my journey.

Following the arrows pointing to Gujora Fortress, a bamboo path unfolds. Bamboo trees densely line the narrow path, creating an atmosphere reminiscent of a cave, with the sunlight barely seeping through. Sinudae, a type of bamboo with joints, was used to make arrows in the past. The lightweight, sturdy arrows were useful for combating enemies in battles.

As I make my way up the unevenly stacked stones, Gujora Fortress comes into view. Standing atop Gujora Fortress, I gaze down at the village and the port. The narrow terrain flanked by the sea on both sides is quite impressive, resembling the neck of a turtle. Gujora Fortress served as an outpost. Being close to Japan, it was undoubtedly a suitable fortress for monitoring potential enemies. I imagine the busy movements of the soldiers, and sincerely thank them for their sacrifices. If not for their hard work and dedication, I would have missed out on the chance to appreciate this beautiful scenery.

Oedo Botania, a Marine Paradise

Geoje is a vast island in itself, but, seeking a different ambiance, I decide to board a boat to Oedo Botania. Oedo Botania, part of Hallyeohaesang National Park, is an entire island transformed into a marine botanical garden.

Every single leaf is glistening and sparkling. The Venus Garden, reminiscent of the Mediterranean, showcases white structures and sculptures scattered around, enveloped by the blue sea in all directions. Another highlight is the Benvenuto Garden. From familiar geraniums to pelargoniums, bougainvilleas, allamandas, and oleanders, the vibrant red, yellow, and purple flowers are simply delightful. The sea in the backdrop adds to the breathtaking scenery.

A Port of Miracle and Hope

About 70 years ago, on Christmas, a miracle happened at Jangseungpo Port. Walking along the Miracle Road of Jangseungpo Port, you come across the murals depicting the Heungnam Evacuation Operation and the story of Geoje.
In the winter of 1950, the year of the Korean War, the UN forces and the South Korean government decided to abandon Pyongyang and retreat. This marked the start of the Heungnam Evacuation Operation. The SS Meredith Victory, carrying 14,000 refugees, sailed for three days and arrived at Jangseungpo Port on Geoje Island on December 25. The residents gave the refugees a warm welcome. They offered food and shelter, saying, “Let’s live together, let’s overcome these difficult times.” There is no better word than “miracle” to describe how the situation turned out.

The section where the Miracle Road ends leads to Somang-gil, which means “road of hope.” I stop to make a wish before the moon. May each and every one of us find peace and contentment in our own way.

거제에서 여기도 가 보세요

  •  즐길 거리  거제섬꽃축제

    ‘꽃으로 그린 섬’. 17회를 맞은 올해 거제섬꽃축제의 주제다. 난지 농업 활로를 개척하고자 2006년에 막을 올린 뒤 지역을 넘어 경남을 대표하는 가을 꽃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거제시농업개발원과 거제식물원에서 10월 28일부터 11월 5일까지 축제가 열린다. 잔디광장에서 국화 조형물을 감상하고, 섬꽃동산에서 털머위‧해국‧산국을 눈에 담는다. 온실에는 야생화 200여 종과 자생란 3000여 점이 가득하다. 테라리엄, 세밀화 그리기, 수경 화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이 즐거움을 더한다.
    문의 055-639-6443

  •  즐길 거리  거제대구수산물축제

    ‘눈 본 대구, 비 본 청어’라는 속담처럼, 대구는 한겨울이 제철이다. 거제는 외포항 대구를 으뜸으로 여긴다. 대구의 질이 좋은 데다 연간 8만 마리가 잡혀서 그렇다. 거제의 대표 대구 산지이니 소문난 대구탕 맛집도 이곳에 여럿 있다. 거제 시어(市漁)인 대구를 주제로 매년 외포항 일대에서 거제대구수산물축제를 여는 이유다. 올해도 12월에 진행한다. 거제대구수산물축제는 각종 행사가 즐비한데, 대구 수산물 현장 경매는 활기찬 어시장 분위기를 물씬 자아낸다. 대구 직거래 장터에도 잊지 않고 들른다.
    문의 055-639-4273

  •  먹거리  거제 굴구이

    10월이 넘어가면 식당마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굴구이를 개시한다. 청정한 거제 해역의 굴은 이때부터가 제철이라서다. 거제는 한미 패류위생협정에 근거한 미 FDA 지정 해역이다. 맛도 영양도 최고인 계절에 거제 굴을 즐기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굴구이. 거제식 굴구이는 숯불이나 석쇠에 굽는 게 아니라 커다란 양철 솥에 굴을 한가득 채우고 익혀 먹는 찜 요리에 가깝다. ‘포로수용소굴구이’(055-632-7254)에서 굴 요리를 코스로 맛본다. 커다란 굴 껍데기를 조심스레 열어 따뜻한 알맹이를 한 입 가득 먹는다. 탱글탱글한 식감과 고소하고 짭조름한 맛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  먹거리  거제 대구탕

    큰 입을 가졌다고 이름도 대구다. 깊은 바다에 사는 대구는 새우, 오징어, 고등어 등을 잡아먹으며 몸을 불린다. 산란기인 12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대구가 거제 앞바다로 몰려드니, 거제 대구탕은 겨울이 절정의 맛을 자랑한다. 뽀얀 거제 대구탕 국물은 진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부드러운 대구 살과 시원한 국물을 곁들이면 몸이 따끈해져 서늘한 바깥 날씨도 잊는다. 버릴 것 없는 대구는 알과 내장도 영양소 덩어리다. 괜히 보양식이 아니다. 거제에서는 대구와 떡을 넣어 끓인 대구떡국도 겨울 별미로 꼽는다. 쫀득한 떡과 대구 살을 함께 먹으니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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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옥송이
photographer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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