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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그 집에서 만나요

수도권 전철 6호선 이태원역에서 한강진역으로 뻗은 화려하고 이국적인 거리.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는 이 동네에서 변함없이 따뜻하고 정직한 한 끼를 선사하는 식당 세 곳을 소개한다.

UpdatedOn October 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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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TIP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과 한남동은 이주민과 소수자의 문화 다양성, 현대 예술의 전위성이 혼재하며 공존하는 희귀한 장소다. 특별한 날,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많은 이가 이곳을 떠올리는 이유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이태원역 주변은 ‘기억과 안전의 길’로 탈바꿈해 추모와 애도를 이어 간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회복과 도약을 채비하는 이 동네를 방문해 보시길. 발길 닿는 대로 거니는 동안 근사한 식당, 남다른 공간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것이다.

플랜트

메뉴 후무스 단호박 샐러드 1만 4500원, 두부 시저 랩 1만 2000원
주소 서울시 용산구 보광로 117 2층 문의 02-749-1981

플랜트_싱그러운 채소에 병아리콩 퓌레와 구운 단호박을 얹은 ‘후무스 단호박 샐러드’, 두부·크루통·양파 링에 캐슈너트 시저 드레싱을 뿌리고 토르티야로 돌돌 싼 ‘두부 시저 랩’, 바나나·땅콩버터·스피룰리나·두유·치아시드를 한데 갈아 카카오 닙스를 토핑한 ‘파워 그린 스무디’까지. 이렇게나 예쁘고 맛있고 배부른 채식이라면 날마다 먹고 싶다. 더 이상 비건 메뉴가 새롭지 않은 시대지만, ‘플랜트’가 이태원에 들어선 2013년 당시만 해도 베지테리언 식당은 낯설기만 했다.

“좌석이 열두 개밖에 안 돼 손님들이 테이블을 공유해야 했던 첫 매장에서의 추억이 생생합니다. 식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모두 친구가 되었지요.” 외국에서 유년을 보낸 이미파 대표는 일찍이 비건의 삶을 선택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서울에 이식하고 전파한 채식주의 선구자다. 문화의 다양성을 허용하는 이태원은 플랜트의 건강한 정신을 빠르게 흡수했고, 플랜트는 채식을 향한 관심을 기반으로 쑥쑥 성장했다.

팬데믹 기간엔 2주 동안 문을 닫는 위기가 닥치기도 했으나, 응원과 지지를 보내 준 팀원과 단골손님이 있어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다. “곧 새로운 겨울 특별 메뉴를 출시할 거예요. 호박 파이를 비롯한 추수감사절 디저트의 따스한 맛을 기대해 주세요.” 이 달콤한 추천에 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미파 대표가 추천하는 이태원 미식 공간

비건으로서, 비건 음료를 마련한 공간을 자주 물색합니다. 용산구청 뒷골목에 자리한 ‘리지트 커피’의 오트 밀크 라테를 사랑해요. 조용하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아늑한 분위기도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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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불고기

메뉴 한우 불고기(150그램) 3만 5000원, 한우 평양냉면 1만 3500원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55가길 26-1 문의 02-798-3313

사랑의 불고기_담담한 맛이 밴 평양냉면을 젓가락으로 집은 뒤, 간이 세지 않아 자꾸 손이 가는 서울식 불고기 한 점을 올려 한입에 우물거린다. 아, 서울과 평양의 만남이 이토록 사랑스럽다니. ‘사랑의 불고기’라는 상호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순간이다. 경북 안동의 농장에서 무항생제 인증 한우를 직접 공수해 사과와 파인애플 양념으로 여덟 시간가량 숙성, 조리한 불고기는 국적과 나이, 성별을 막론하고 많은 이가 즐겨 찾는 이곳의 대표 메뉴다.

“소박하지만 편안하고 정갈하게 한국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최근엔 <뉴욕타임스>에 소개되면서 손님 층이 한결 다양해졌고, ‘마켓컬리가 선정한 불고기 맛집 여덟 곳’에 꼽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요. 뿌듯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한남동에서 다이닝 공간 ‘카인드’와 이자카야 ‘마인드’ 등을 운영하며 동네의 변천사를 지켜본 류상엽 대표는 자신의 여덟 번째 사업장인 이곳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저녁에 방문해 테라스에 앉아 녹두전 한 점에 화이트 와인을 홀짝이면서 담소를 나누다가, 한우 불고기를 주문해 레드 와인과 페어링하시기 바랍니다. 오랜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지내다 보니 자연히 와인과 한식이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우리 시대의 우래옥’이 되고 싶다는 그의 목표가 머지않은 날에 이루어지기를.


류상엽 대표가 추천하는 이태원 미식 공간

햇살 좋은 오후, ‘한남작업실’의 아름다운 정원에서 차를 마시며 흑임자 케이크를 곁들이곤 해요. 업무를 마친 뒤엔 ‘라핀부쉬’에서 샤르퀴트리를 안주 삼아 와인 마시는 걸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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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크

메뉴 7나물 한 그릇 1만 6000원, 횡성 산골 더덕 & 표고 새송이구이 2만 1000원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55가길 26-5 문의 02-792-2022

빠르크_한남동이 조용한 동네였던 2013년 4월, 한식집 ‘빠르크’가 문을 열었다. 밥과 국과 반찬을 한데 차려 내는 검박하고 정갈한 반상이 큰 사랑을 받았다. 세월이 흘러 간판을 ‘HAPPY 10th ANNIVERSARY!(10주년 축하)’라고 바꾸어 단 빠르크는 올해 꼭 열 살이 됐다.

“서울 토박이로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 온 단골 식당을 볼 때면 제가 이 도시의 일부라는 소속감과 함께 안도감이 들곤 해요. ‘백년식당’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여전히 굳건한 빠르크가 자랑스럽습니다.” 박모과 대표의 감회다. 요리 멘토인 엄마의 레시피를 전수해 좋은 재료로 집밥 같은 한국 음식을 선보이겠다는 것은 그의 오랜 원칙이자 포부다.

“한식을 다른 나라 음식과 비교해 가장 특별한 메뉴가 무엇이냐 물으면 저는 늘 나물이라 답합니다. 국토 7할이 산지인 나라에서 1년 내내 채소를 먹기 위해 말리고 불리고 지지고 볶는 그 모든 행위가 감동적이잖아요.” 나물 일곱 가지를 일일이 손질하고 조리해 한 그릇에 담아 낸 ‘7나물 한 그릇’은 빠르크의 자부심이다.

베스트셀러인 ‘블랙 앵거스 LA갈비구이’와 ‘횡성 산골 더덕 & 표고 새송이구이’도 조리 과정이 까다롭기는 마찬가지. 박 대표에 따르면, “손이 아무리 많이 가더라도 그렇게 해야만 구현 가능한 맛”이 있어서란다. 정성 어린 반상에 가와지쌀 막걸리 한 잔. 지친 몸과 마음이 뜨끈하게 누그러지겠다.


박모과 대표가 추천하는 이태원 미식 공간

오랜 세월 드나들며 단골이 된 인도 음식점 ‘타지 팰리스’의 버터 치킨과 팔락 파니르를 좋아합니다. 정통 타이 레스토랑 ‘마나오’는 최근에 즐겨 찾는 공간으로, 다채로운 풍미가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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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강은주
photographer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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