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보내는 방법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청량한 물소리가 들리는 바다와 계곡으로 가는 것이 정석처럼 여겨졌지만,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로 향하거나 호텔에서 ‘호캉스’를 보내는 이, 농어촌에서 ‘촌캉스’를 체험하는 사람도 늘었다. 몸과 마음이 들썩여도 어딘가로 떠나지 못하고 집에서 휴가를 보내야 하는 이도 물론 존재한다. 헛되이 넘길 수 없는 꿀 같은 휴식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는 당신에게 해외 콘텐츠 속 한국 찾기를 제안한다.
해외에서 제작한 영화와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을 보다가 한국의 풍경이나 한글을 발견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아예 한국인을 해외 작품에 캐스팅했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러나 10~20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 콘텐츠 속 한국은 다른 모습이었다.
007이 북한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다룬 영화 <007 어나더 데이>부터 살핀다. 작중 북한과 DMZ가 언급되는 것이 한국인으로서 반갑고 신기한 일이지만, 제작진은 무지했다. 물소가 등장하거나 동남아시아에서 볼 법한 수상 가옥이 나타난다. 게다가 함경남도 앞바다에서 서프보드로 집채만 한 파도를 타며 북한에 잠입하는 장면도 나온다. 고증이 이러한데 대사는 어떨까. 미국 드라마 <로스트>의 등장인물들이 한국어로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에서 탄생한 “페이퍼 타워리 요기 잉네”는 웃기고도 슬픈 명대사가 되었다.
한국이 발전하고, 세계에 한국 콘텐츠가 퍼져 나가면서 해외 콘텐츠 속 한국의 모습은 달라진다. 2017년 개봉한 공상과학영화 <콜로설>에서는 한국이라는 설정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미국에 사는 주인공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 하는 거대 괴수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 나타났다는 줄거리로, 2000년대 초반 한국에 대한 이해가 없던 것과 달리 높은 빌딩이 즐비한 현실의 서울을 묘사한다. 인간 축소 기술을 개발한 세계를 상상한 영화 <다운사이징>에서도 서울 강남과 노량진 수산시장의 풍경을 현실과 매우 비슷하게 반영했다. 묘사, 반영의 다음 단계는 로케이션 촬영이다. 전 세계적인 팬을 보유한 ‘마블 엔터테인먼트’는 서울의 세빛둥둥섬 등 두 번이나 한국을 배경으로 촬영했고, 이 외에도 여러 작품이 속속 한국을 찾는 중이다. 알고 보면 더욱 흥미진진한 해외 콘텐츠 속 한국, 지금 바로 만난다.
이곳에서 촬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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