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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거제에서 찰칵

어딜 봐도 온통 푸른 경남 거제에서 한 시절을 보낸다. 흘려버리기 아까운 풍경, 그리고 그 안에 머무는 우리의 지금을 사진으로 기록해 남긴다.

UpdatedOn June 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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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와 가까운 역은 부산역이다. 서울 출발을 기준으로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부산역까지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거제와 가까운 역은 부산역이다. 서울 출발을 기준으로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부산역까지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바람의 언덕

거제에 왔다면 여기부터

코발트빛 수면에 하얀 파문을 일으키는 유람선, 수평선과 맞닿은 푸른 하늘, 초록과 연두가 섞인 드넓은 풀밭. 자연이 붓질한 색면 회화 앞에서 눈이 환하다. 남부면 도장포에 펼쳐진 이 풍경은 거제가 지닌 아름다움을 집약한다. 바람의 언덕은 30여 년 전만 해도 ‘갈곶’의 ‘띠밭늘’이었다. 갈곶이란 칡덩굴 닮은 곶을, 띠밭늘이란 볏과 식물인 띠가 덮인 언덕을 뜻한다. 지금의 이름은 2000년대 초반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등장하면서부터 생겨났다. 그림 같은 장면을 찾아온 이들이 보다 직관적이면서도 낭만적인 두 단어 ‘바람’과 ‘언덕’을 붙여 부르기 시작했고, 그것이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2009년에 들어선 풍차가 화룡점정이었다. 바다와 언덕과 풍차가 이루는 완벽한 구도 앞에 서면 누구라도 근사한 사진을 찍어 남길 수 있다. 다음 촬영 동선은 신선대와 해금강으로 이어져야 마땅하다. 갈곶 끄트머리에 해금강이, 언덕 남쪽에 신선대가 위치한다.
주소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산 14-47

매미성

고대 로마의 낭만적인 유적처럼

장목면 대금항과 시방항 사이 해변에 유럽 도시에서나 맞닥뜨릴 법한 성채가 올라섰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건 이게 유물이 아니라 2003년부터 지어 온 구조물이란 사실이다. 기관이나 기업에서 만든 것도 아니고 거제 시민 백순삼 씨가 설계도도 없이 손수 완성했다. 태풍 매미가 경작지를 망가트린 탓에 작물을 보호하려고 돌을 하나씩 쌓고 시멘트로 메워 성을 지었다. 외롭고 고단한 일이었을 것이다. 한 사람의 숭고한 노고 덕에 수많은 이가 즐거움을 누리고 있으니, 부디 이제는 그의 마음에 평화가 깃들었기를. 유려한 성벽과 몽돌, 나무, 풀, 바다, 섬이 공존하는 풍광은 더할 나위 없이 눈부시다. 이 계절엔 곳곳에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그윽한 향기마저 뿜어낸다. 경치에 넋 잃고, 꽃 내음에 취하는 시간.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지친 다리를 바위에 올려 놓고 잠시 쉬어도 좋을 것이다. 기운을 충전한 뒤엔 남파랑길 18코스를 따라 보폭을 넓혀 본다.
주소 거제시 장목면 복항길 29

거제식물원

SNS 업데이트는 정글돔에서

우리 집에 있는 아레카야자가 어디까지 자랄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거제식물원 정글돔으로 가야 한다. 천장을 찌를 듯 키가 자란 열대식물과 선인장이 울창한 숲을 이루어 바라보는 것만으로 압도당하는 기분이다. 신비로운 석부작 초화원을 따라 식물원 깊숙이 들어서니 어느새 시서스가 드리운 인공 협곡에 닿는다. 바위 틈으로 난 계단을 올라가자 눈이 탁 트이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시원스러운 폭포 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모습이 한눈에 드는데, 마침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라고 친절하게 알려 주는 포토 존이 조성되어 있다. 알림 팻말이 군데군데 절묘한 위치에 걸렸으니 잘 살피며 둘러보기로 한다. 물론 정글돔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 명소는 새 둥지 포토 존이다. 둥지 모양 구조물에 걸터앉으면 거대한 돔 천장과 무성한 녹음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거제식물원’ ‘#정글돔’ ‘#인증사진’과 함께 SNS 피드를 단장할 시간이다.
주소 거제시 거제면 거제남서로 3595

근포땅굴

자연이 만든, 살아 있는 액자

명사해수욕장을 지나 근포항 방향으로 접어들면 ‘근포땅굴’이란 이정표를 발견한다. 땅굴을 찾는 이를 위한 주차장도 어엿하고, 주차장에서 땅굴로 가는 길목엔 알록달록한 보도블록과 벽화가 이어진다. 해변에 다다르니 산뜻한 쉼터와 포토 존까지 펼쳐진다. 수풀을 헤치고 찾아가야 하는 사적이자 답사지인 여느 땅굴과 달리, 이곳은 더없이 화사할뿐더러 방문객으로 붐빈다. 땅굴 안쪽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구도로, 다시 말해 땅굴의 암벽을 액자 삼는 앵글로 촬영한 몇 장의 사진이 SNS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이곳은 새로운 명소가 됐다. 1940년대 일본군이 진지를 만들기 위해 굴착한 땅굴이 오늘날 이렇게 쓰이리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발하고 눈 밝은 Z세대가 발견한 액자 앞에 서서 그림자놀이를 하고, 그 순간을 카메라로 기록한다. 이왕 근포항까지 왔으니, 차로 3분 거리인 대포항에서 해넘이를 감상한 후 서늘해진 밤바다를 천천히 거닐어도 좋겠다.
주소 거제시 남부면 저구리 423

거제 여름 별미

혀끝으로 탐미하는 거제 앞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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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멸치쌈밥

    부산 기장 대변항, 경남 남해 미조항, 그리고 바로 이곳 거제 외포항이 멸치 맛 좋기로 유명한 어항이다. 멸치를 맛보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양지바위횟집(055-635-4327)’에서 내는 멸치쌈밥이 정석이라 할 만하다. 멸치와 양파를 넣고 팔팔 끓인 찌개를 각종 쌈 채소와 나물에 올려 먹는데, 여름엔 머위와 두릅이 상에 오른다. 들깻가루와 고추를 넣은 까닭에 구수하면서도 알근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진다. 7월 중순까지는 억세지 않고 부드러운 봄 멸치 생물 회무침도 선보인다. 외포양조장의 얼쑤막걸리 한잔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 멍게비빔밥·성게비빔밥

    성게는 4월부터 10월까지 맛볼 수 있는 해산물이지만 맛이 차오르는 시기는 지금이다. 거제 해녀로부터 성게를 공수해 조리하는 ‘백만석(055-638-3300)’의 안희성 대표는 재료의 신선함을 그대로 즐기도록 제철 채소에 참기름을 슬쩍 둘러 성게비빔밥을 완성한다. 5일 동안 특제 소스에 재운 멍게를 넣은 ‘숙성멍게비빔밥’을 고안한 것도 바로 그다. 떫지도 비리지도 않은 오묘한 맛의 균형을 잡았다. 이 집의 두 대표 메뉴는 맑은 대구탕과 생선구이, 양념게장 등 예닐곱 가지 찬과 함께 나온다. 참고로 이 계절의 생선은 불볼락이다.

왕우럭조개

별명은 코끼리조개. 껍데기를 벗기면 드러나는 속살이 코끼리 코처럼 길쭉하게 늘어진다. 거제에서는 예부터 ‘껄구지’라고도 불렀다. 손바닥만 한 크기라 양이 넉넉하고 씹는 맛이 훌륭한 데다 감칠맛도 전복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가조연륙교 부근에 자리한 마을 성포리가 왕우럭조개로 이름났다. ‘진이회식당(055-634-6114)’ ‘평화식당(055-633-5125)’ ‘용화횟집(055-632-8090)’ 등 식당 여러 곳에서 왕우럭조개를 판매한다. 기름장이나 간장을 찍어 김과 묵은지에 싸서 한 입 크게 우물거리니, 잠시나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바로 지금, 거제

바로 지금, 거제

새파란 물빛과 싱그러운 녹음을 간직한 한려수도의 보석, 경남 거제는 여름휴가에 떠나고 싶은 여행지로 첫손에 꼽히곤 한다. 구조라해수욕장, 외도 보타니아, 지심도, 신선대와 해금강에 이르는 거제의 무수한 비경이 우리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이 계절에 더 아름다운 사진 명당, 미각의 쾌감을 일깨우는 계절 별미가 어서 오라 손짓한다. 문의 tour.geoj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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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강은주
photographer 신규철
취재 협조 거제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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