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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웨이스트를 향해, 레벨제로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 레스토랑에서 이를 어떻게 구현할까? 레벨제로의 데니 한 셰프는 제로 웨이스트를 목표로 나아가는 중이다.

UpdatedOn June 2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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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 한
십 대에는 운동선수였다. 스무 살, 바리스타를 꿈꾸며 떠난 호주에서 인생의 항로가 바뀌었다. 설거지 아르바이트로 지원한 곳과 연이 닿아 요리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호주의 프렌치 기반 파인다이닝 ‘뷔드몽’ 등에서 일했고, 세계적인 레스토랑 ‘아티카’의 헤드 셰프를 지냈다. 10년간의 호주 생활을 뒤로하고 지난해부터 서울 레벨제로 헤드 셰프로서 독창적 요리 세계를 펼치고 있다.
레벨제로(Level: 0)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15길 31-20 문의 010-2284-5979 인스타그램 @l0_dining

식재료 선정부터 조리 과정, 식기와 공간 구성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환경을 덜 훼손하기 위한 고민을 거듭해서 그렇다. 쓰레기를 재활용한 식기를 사용하고, 오로지 풀만 먹여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키운 쇠고기를 전남 장흥 목장에서 가져오는 정성을 들인다. 레스토랑 곳곳은 친환경 메시지를 내포한 작품으로 가득하다. ‘레벨제로’의 데니 한 헤드 셰프는 호주에서 쌓은 요리 경험과 예술에 대한 관심을 공간에 망라했는데, 여기에 제로 웨이스트 구현이란 목표를 보탰다.

# 친환경, 까다롭지만 당연한 식당 이름 때문에 오해를 받곤 합니다만, 제로 웨이스트를 레스토랑 콘셉트로 기획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한 일을 콘셉트로 잡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해요. 호주에서 10년간 일하며 요리사로서 환경을 대하는 자세를 배웠습니다. 캐주얼한 식당에서조차 친환경을 실천하거든요. 저는 음식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나 당장 사용하지 못할 식재료는 장기 보관 가능하도록 숙성하거나 건조하는 등 다른 형태로 만들어 다 쓰려 노력합니다. 이를테면 자투리 고기를 발효하고, 전복 내장과 지느러미를 건조해 소스를 만듭니다. 간을 맞추거나 감칠맛을 돋울 때 가미하죠. 채소류는 피클·식초·청을 담그기도 해요. 두고두고 사용 가능한 데다 다른 메뉴에 접목할 수도 있습니다. 또 달걀 껍데기로 만든 그릇, 해변에 버려진 비닐을 녹여 만든 용기 등을 재활용한 식기를 사용합니다.

# 건강한 메시지 식재료를 선정할 때 생물이 자연으로 돌아올 시간을 떠올립니다. 특히 해산물은 자연산보다는 양식을 소비하려 해요. 해양 생물 개체 수가 상당히 줄었기 때문입니다. 개체가 많은 생선을 쓰고, 지속 가능한 양식어업 제도인 ASC(Aquaculture Stewardship Council) 인증을 받은 전복을 구매합니다. 미래 식량으로 불리는 식용 곤충 밀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밀웜으로 만든 비스킷 사이에 따듯하게 녹인 마시멜로를 얹어 먹죠. 맛은 일반 비스킷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저는 직접 환경을 논하면서 교훈을 주고 싶지 않아요. 다만 식재료 손질이나 조리 과정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재생지로 만든 조명 등 무심코 지나칠 법한 곳곳에 친환경 요소를 배치했습니다. 거부감 들지 않게 간접적인 방법으로 친환경 메시지를 전하고자 해요.

# 모두가 참여하는 공간 레벨제로는 다이닝 쇼룸입니다. 총 세 곳으로 나눈 공간을 이동하면서 식사하는 동안 요리사의 모습을 연극처럼 감상할 수 있도록 구상했어요. 소극장의 관객과 배우처럼 소통하는 거죠. 여기 오신 손님들께 다양하고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 드리고 싶어요. ‘채집’ 메뉴도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식기를 들고 정원에 나가 식물을 수취하고, 자연을 본뜬 음식을 담습니다. 식물을 채집하라고 말씀드리면 가지를 꺾거나 잎을 뜯지 못하고 어려워하시는데, 향기를 맡고 촉감을 느끼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져 보시라 설명합니다.

# 예술 작품은 나의 힘 쉬는 날에는 전시를 보러 다닙니다. 작품을 감상하면 기분이 환기돼서 좋습니다. 단순히 일상의 피로를 해소할 뿐 아니라 아이디어를 얻기도 해요. 셰프 역시 창작을 해야 하는 직업이기에, 틀에서 벗어난 사고가 필요할 때가 종종 있거든요. 다양한 작가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도 하고요.

# 신토불이! 토종 농산물에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 땅에서 나는 식재료를 잘 보존하는 것이 지속 가능성의 일환 아닐까요. 토종 곡물 씨앗을 연구하는 ‘더불어 농원’에서 곡물을 수급합니다. 사용량이 적은 편이라 조금씩 다양하게 이용합니다. 현재 전복 메뉴에 들어가는 흑갱이라는 토종 곡물은 쌀 끝부분에 검은빛이 돌고 단맛이 나는 쌀입니다. 산삼, 더덕, 버섯 등 산에서 나는 식재료도 좋아해요. 앞으로도 다양한 토종 식재료를 접목해서 특별한 요리를 만들고 싶어요.

데니 한 셰프가 추천하는 미식 공간

먼저 경기도 여주에 있는 걸구쟁이네를 소개하고 싶어요. 강원도 가는 길에 꼭 들르는 식당입니다. 사찰 음식이 콘셉트인 곳이어서 건강한 한식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만족스러워하실 거예요. 한 상 차림이 입을 즐겁게 합니다. 서울 마포에 자리한 황금콩밭은 담백한 음식이 생각날 때 찾습니다. 두부가 정말 맛있어서 생두부를 따로 주문할 정도예요. 게장을 즐겨 먹어 서울 강남에 있는 게방식당도 종종 방문합니다.

고민과 정성을 농축한 레벨제로의 메뉴

‘풀로만 소’는 전남 장흥의 ‘풀로만목장’에서 가져온 쇠고기로 만든 떡갈비예요. 자투리 고기를 모아 발효한 소스로 간을 해 감칠맛이 풍부합니다. 식용 꽃과 제철 쌈 채소를 꽃다발처럼 표현했어요. 레벨제로의 시그너처 메뉴를 꼽자면 ‘가든타르트’입니다. 계절마다 얼굴을 달리하는 정원의 열매·잎·나무·흙 등을 형상화했죠. ‘연잎 전복’은 ‘연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를 붙이고 싶어요. 연근·연꽃·연잎까지 통째로 활용합니다. 토종 쌀인 흑갱에 연잎과 다시마 등을 더해 밥을 짓고, 연근 주스와 전복 껍데기 진액으로 간을 합니다. 전복 살은 연꽃에 싸서 향을 입혀요. ‘펜넬 디저트’는 펜넬 씨와 칩·피클, 산양유로 만든 소르베, 펜넬 주스로 만든 거품 순으로 쌓았어요. 맨 위에 올라간 버블은 펜넬 주스를 내고 남은 찌꺼기를 훈연했습니다. 버블을 터뜨리면 연기가 나와 재미있게 먹을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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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옥송이
photographer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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