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LIFE STYLE MORE+

한국철도 기술 담은 기차, 필리핀에서도 달린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철도 기술이 각국의 철도를 이끌어 주는 힘이 된다. 필리핀에서 근무하는 한국철도 필리핀지사팀 김영민 차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UpdatedOn June 24, 2022

/upload/ktx/article/202206/thumb/51260-490738-sample.jpg

필리핀지사팀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도윤, 김영민, 강규현(지사장), 한충석, 윤선준, 해리 임, 조병훈, 양장열, 임채복

먼저 한국철도 필리핀지사팀을 소개해 주세요.
저희 팀은 한국철도 해외남북철도사업단 해외사업처 소속입니다. 2020년 6월 필리핀 메트로마닐라 오르티가스 지역에 지사가 설립되었죠. 현재 저를 포함한 총 8명이 파견되었습니다. 팀은 자문팀과 사업팀으로 나뉩니다. 자문팀은 주로 새로운 노선 건설 사업을 시행하는 산미구엘(SMC)에 설계, 시공, 설치, 운영, 유지·보수, 안전 관리 등 전반적인 철도 기술을 전수합니다. 제가 속한 사업팀은 PNR(필리핀 철도청), LRTA(경전철청), DOTr-MRT3(중전철청) 등과 함께 필리핀의 새로운 철도 사업을 개발하고 확장합니다. 두 팀 모두 사무실과 현장을 오가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답니다.

필리핀에서 철도가 많이 이용되나요?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약 3000킬로미터에 달하는 철도를 운영했습니다. 그러나 전쟁으로 80퍼센트 이상 손실되었죠. 이후 관리 부족으로 운영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가, 1980년대에 이르러 수도권인 메트로마닐라에 LRT 1호선이 건설되었습니다. 오늘날 철도는 메트로마닐라 사람들의 주요 이동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출퇴근 수단으로 철도가 가장 인기 있는데, 도심에서 5~6킬로미터 거리를 자동차로 이동하면 극심한 교통 정체로 기본 한 시간 이상 소요되어 시간 소모가 큽니다. 그래서 출퇴근 시간대에는 기차표를 사기 위한 줄이 수백 미터에 이르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한국철도가 필리핀 철도에 어떻게 힘을 실어 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필리핀 정부는 빌드 빌드 빌드(Build Build Build) 프로그램으로 철도 분야에 약 42조 원을 투입해 MRT-7을 포함한 철도망을 77킬로미터에서 1200킬로미터로 확장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만큼 철도에 대한 관심이 큰 상황이지요. 이에 따라 저희 팀은 필리핀 철도청, LRTA 등에 한국철도의 운영 기술을 전수합니다. 한국형 IT 기반의 철도 운영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도 힘을 쏟는 중이고, 건설을 완료한 노선의 운영과 관리에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아직 진행 단계라 가시적 성과가 두드러지진 않지만, 향후 필리핀 철도 운영 기관들이 한국철도의 IT 시스템을 수혈받고 MRT-7 노선을 완전히 개통할 것입니다. 그때 이른 아침 통근 승객을 싣고 달리는 열차를 보게 되면 가슴이 뿌듯함으로 채워지리라 생각합니다.

한국 철도와 필리핀 철도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마닐라 남쪽 카비테와 로스바뇨스에는 선로의 궤간이 평균보다 좁은 협궤 노선이 존재해요. 이곳 선로는 열차를 운행하지 않을 때 동네 사람들의 생활 공간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열차를 드문드문 운행해서 그런지 선로라기보다는 일상생활을 하는 장소로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 더 특이한 것은 철도청(PNR) 열차입니다. 모든 열차 창문에 철망을 씌워 두었는데, 주행 중인 열차에 돌 같은 이물질이 날아와 피해를 입는 일이 생겨서라고 합니다. 해당 노선이 필리핀 마닐라 외곽을 지나다 보니 열차 안전에 해가 되는 상황에 대비한 것이라고 하네요.

필리핀에서 일하며 어려움도 느끼시겠죠.
해외에서 근무하면 문화, 생활 습관, 언어 등 모든 것이 낯설어 적응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필리핀은 열대성 기후 국가지요. 한국의 여름이 1년 내내 계속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기인 5월에서 10월까지는 엄청난 습기 때문에 고생을 한답니다. 에어컨 없이 일하기가 힘들 지경이니까요. 고단할 때는 팀원들과 서로 의지하며 지냅니다. 팀원들은 동료라기보다 가족 같은 늘 고마운 존재예요.

한국철도의 해외 활동이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시나요.
한국철도의 기술 수준은 철도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프랑스, 독일, 일본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계철도연맹(UIC) 및 유럽철도청(ERA) 통계에서 보듯이 서비스 품질, 안전, 정시 운행 면에서는 훨씬 우수하다고 평가합니다. 동남아시아 철도 시장에서는 이 점을 주목해 상호 교류와 함께 그에 대한 경험과 기술을 전수하길 원하고요. 이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 IT와 철도 차량, 시스템 등이 강점을 드러내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 경험을 쌓아 나가는 한국철도가 앞으로 더 발전하도록 저 또한 노력하겠습니다.

+ 필리핀 철도 교통

PNR 필리핀 철도청이다. 철도청이 운영하는 기차의 내부는 한국 지하철과 비슷하다. 여행보다 출퇴근할 때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LRT, MRT LRT(경전철)와 MRT(도시 철도)는 메트로마닐라 지역 내에서 운행하는 지상 전철이다. LRT는 1호선과 2호선 두 노선으로 구성되며, MRT는 현재 단일 노선인 3호선만 존재한다.

<KTX매거진>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남혜림
사진 제공 한국철도

RELATED STORIES

  • LIFE STYLE

    수도권 전철의 산증인, 손길신

    1974년 8월 15일 수도권 전철이 개통하고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오랫동안 전철 업무를 담당하며 교통카드도 도입한 손길신 전 철도박물관장을 만났다.

  • LIFE STYLE

    여름밤, 서울 신흥시장

    이 계절의 밤을 즐기고 싶을 때 시장으로 간다. 서울 해방촌 신흥시장에서 맛과 흥을 돋우는 식당을 찾았다.

  • LIFE STYLE

    얼먹'하니 더 맛있다

    얼려서 먹는 제품이 연이어 출시되는 중이다. 뜨거운 여름, 에디터 네 명이 잠깐 더위를 식혔다.

  • LIFE STYLE

    해와 달이 빛나는 도시, 포항으로 떠나요

    시원한 바람과 철썩이는 파도만 생각해도 좋은 경북 포항, 이 도시를 담은 제품을 모았다.

  • LIFE STYLE

    '찐이야!' 영탁과 함께하는 한국철도공사

    올해 한국철도공사 홍보대사로 위촉된 가수 영탁이 6월 28일 철도의 날을 맞아 독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MORE FROM KTX

  • CULTURE

    스타트업 라이언스 캠퍼스

    아프리카 케냐 메마른 땅에서 청년들의 꿈이 싹을 틔웠다. 지역과 함께하는 건축을 자양분 삼아서.

  • CULTURE

    계절의 선 화폭의 선, 임동식

    온 생애를 자연에 내던진 선인의 손끝에서 계절이 흐르고 풍경이 피어난다. <임동식: 사계절의 선에서>전은 우리를 산천 한복판으로 데려다 놓는다.

  • LIFE STYLE

    나는 최고의 여성 화가가 아니다

    그는 자신을 가리켜 ‘최고의 여성 화가’가 아닌 ‘최고의 화가’라고 했다. 조지아 오키프는 언제, 어디에도 없던 단 한 명의 위대한 예술가다.

  • LIFE STYLE

    이 계절, 국물이 국룰

    뜨끈한 국물 당기는 요즘. 때마침 쏟아져 나온 국물 요리 신제품을 만나 본다.

  • LIFE STYLE

    세상 즐거운 수행, 면식 수행

    더위에 지칠 땐 후루룩, 시원하게 먹는 면이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