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LIFE STYLE MORE+

동물의 날도 기억해 주세요

1월 31일은 국제 얼룩말의 날이다. 수많은 동물이 멸종 위기에 놓인 지금 ‘있었는데 없습니다’가 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일 때다.

UpdatedOn December 23, 2021

/upload/ktx/article/202112/thumb/49849-475589-sample.png


콰가라는 종의 얼룩말이 있었다. ‘있다’가 아니라 ‘있었다’다. 얼굴과 몸 앞부분까지 줄무늬가 선명하다가 중간부터 없어지는 독특한 생김새의 얼룩말로, 남아프리카 초원이 서식지였다. 이 매력적인 얼룩말은 1870년대에 야생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1883년 네덜란드의 한 동물원에서 사육하던 마지막 한 마리마저 수명을 다했다. 사람들은 그제야 깨달았다. 지구상에서 콰가 얼룩말이 멸종되었음을.

산업혁명 이전에는 대부분 자연의 섭리에 따라 생명이 번성하고 멸종했다. 이 섭리를 인간이 비틀었다. 인간은 자연을 훼손하고 수많은 생물을 식용·약용·미용 목적으로 포획하거나 채취했으며 취미로 사냥했다. 어어, 하는 사이에 동물과 식물이 줄어들고 심지어 사라졌다.

이대로 두어도 괜찮은가, 멸종할 존재는 그냥 신경 쓰지 않고 운 좋게 생존한 종끼리만 살아가겠는가. 그럴 수는 없다. 무엇이 왜 멸종했는지, 멸종이 지구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내고, 더 이상의 비극을 막아야 했다. 1964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레드 리스트가 출범했다. 전 세계 동식물과 균류 현황을 조사하는 기구는 ‘적색 목록(레드 리스트)’을 발표한다. 이들의 연구 결과, 한때 지구에서 인간과 공존했으나 지금은 영영 사라진 종은 카스피호랑이, 황금두꺼비, 핀타자이언트거북, 카리브해몽크물범, 웃는올빼미 등 땅·바다·하늘을 가리지 않고 무려 935종에 이른다.멸종된 종을 붙들고 울고만 있기엔 상황이 급박하다. 현재 지구상에 북부흰코뿔소는 암컷 두 마리가 전부다. 먼저 죽은 수컷 두 마리에게서 정자를 추출해 냉동해 놓았고, 살아 있는 코뿔소의 난자로 인공수정을 시도 중이다. 그나마 암컷 한 마리는 노쇠해 복원 프로젝트에서 은퇴했다. 2600만 년간 생존해 왔고 19세기 중반만 해도 100만 마리 이상이었다 는 코뿔소가 불과 백수십 년 사이에 이런 처지가 되었다.

IUCN 적색 목록을 보면 원래 환경에서 생존하지 못하고 보호시설에서 근근이 생명을 이어 나가는 야생 절멸종이 85종, 야생 절멸이 코앞인 멸종 위급·위기·취약 등급 종이 4만 종이다. 조사 대상인 13만 8000여 종의 28퍼센트가 넘는다. 그럼에도 인간은 여전히 위기종을 포획하고 서식지를 파괴한다. 2010년에서 2021년까지 밀매에 희생된 천산갑은 100만 마리에 달한다. 고기는 식용으로, 비늘은 약재로 쓴다고 잡아들여 결국 천산갑 여덟 종 모두가 멸종 우려 등급에 오르게 했다. ‘산을 뚫는 갑옷’이라는 이름을 지닌 천산갑도 인간의 탐욕 앞에서는 무력했다. 코끼리, 사자, 호랑이, 상어, 독수리가 못 견디는 것을 작은 어류나 곤충이 버티랴. 내일이 보장되지 않은 생물이 자꾸 늘어난다.

여전히 희망은 인간이다. 세계가 10년간 꾸준히 어획 할당량 정책을 시행하자 멸종 위기종인 참치 7종 가운데 4종의 위기 등급이 하향 조정되었다. 한국인이 좋아하나 한국에서는 자취가 사라진 백두산호랑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지키고 있다. 중국이 서울 면적의 23배에 이르는 1만 4100제곱미터 땅을 국가공원으로 지정하고 보호 조치를 실시한 결과 2017년 27마리에서 2021년 50마리로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다.

1월 31일은 국제 얼룩말의 날이다. 2월 셋째 토요일은 세계 천산갑의 날, 5월 23일은 세계 거북의 날이다. 1년에 동식물을 기념하는 날은 100여 일. 멸종 위기 생물이 이토록 많고 그 책임이 인간에게 있으니 1년 모든 날을 그들에게 돌려주어도 모자라다. 우주에서는 ‘창백한 푸른 점’ 하나에 불과한 지구에 생물 150만 종이 어우러져 살아간다. 인간이 발견해 종을 지정한 생물이 이 정도다. 과학자들은 1000만~2000만 종에 이르리라 추정한다. 거대한 생명의 그물. 얼룩말이 사라진 지구는 지금의 지구와 결코 같지 않을 것이다. 얼룩말이 살지 못하는 지구가 인간에게 안전한 터전일 리도 없다. 기회가 아직은 남아 있다. 진심 어린 관심이 필요하다.

<KTX매거진>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김현정

RELATED STORIES

  • LIFE STYLE

    레일을 누비는 새로운 희망, KTX-청룡

    지난 4월, KTX 개통 20주년 기념식에서 신형 고속열차 KTX-청룡이 공개됐다. 한국 철도 기술을 집약한 고속열차 탄생에 힘을 쏟은 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 LIFE STYLE

    서촌이 그리는 색다른 한식

    고즈넉한 분위기와 함께 특별한 한식을 만끽한다. 서울 종로구 서촌의 퓨전 한식 음식점을 모았다.

  • LIFE STYLE

    모두 함께 '부처 핸섭'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그 열기에 힘입어 개성 있는 굿즈가 계속 출시된다.

  • LIFE STYLE

    치열한 철도 인생, KTX와 함께 달린 시간

    고속철도 기술 분야 교관 요원으로 선발된 이래 KTX와 함께 달려온 최석중 차량본부 차량계획처장. 38년 철도 인생에 감사하며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그를 만났다.

  • LIFE STYLE

    모든 것은 마음이 하는 일

    2004년 4월 1일 KTX 개통 당시 첫 철도 승무원으로 활약한 이래 20년간 고객을 만나 온 이혜원 코레일관광개발 서울승무지사 승무팀장. 그는 오늘도 여전히 성장하기를 꿈꾼다.

MORE FROM KTX

  • FILM

    '기차 타고' 강원도 춘천

    직접 거닐고, 만들고, 타고, 자연에서 하룻밤 묵습니다. 겨울이라 더 빛나는 강원도 춘천을 여행했습니다.

  • CULTURE

    베트남 푸꾸옥 그랜드 월드 방문자 센터

    대나무로만 지은 건물이 수려하다. 겉과 안 구조가 달라 눈이 즐겁다.

  • ARTICLE

    기찻길 옆 화사한 문화창고

    쓰임을 다하고 오랫동안 방치된 곡물창고가 새 옷을 입었다. 곡식 대신 문화를 채운 충남 논산 연산문화창고가 다시 사람을 모은다.

  • CULTURE

    생생한 아미타여래의 세계

  • TRAVEL

    열려라 수장고

    공간 제약으로 미술관과 박물관 수장고에 잠들어 있던 작품이 관람객을 향해 활짝 팔을 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