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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같은 하루, 전주 24시

10월, 불꽃처럼 형형한 축제의 즐거움이 도시를 에워싼다. 온종일 걸어도 가슴 벅찬 땅, ‘온고을’ 전북 전주에서 보낸 하루를 펼친다.

UpdatedOn September 27, 2024

들쳐 멘 배낭엔 아직 새벽 공기가 배어 있다. 오전 10시, 풍남문과 얼굴을 바짝 맞댄 카페 ‘라이브어라이브’에 들어섰다. 커피 한 잔 마시며 숨을 돌리니, 그제야 창문을 가득 메운 문루가 눈에 든다. 견고한 석축부터 호방한 팔작지붕에 이르는 압도적 실루엣. 과연 ‘호남제일성’ 전주에 도착했음을 실감하게 하는 장면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 우리는 그것을 만나기 위해 기꺼이 길을 나선다. 천년의 기억을 간직한 거리, ‘게미’가 흘러넘치는 밥상, 수백 살 먹은 은행나무와 회화나무, 말끝을 늘어뜨리는 다정한 사투리, 전통 예술의 명맥을 지켜 왔다는 꼿꼿한 자부심···. 시간이 물처럼 흐른다 한들 여전할 전주의 아름다움을 확인하고 싶었다. 다행히 여행자의 열망은 KTX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실현되었다.

10:00
‘호남제일성’의 위상을 드러내는 풍남문

11:00
전주 원도심 번화가 객사길의 어원 풍패지관

+ 서울 출발을 기준으로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전주역까지 1시간 50분 정도 걸린다.

전주다운 장면을 만나는 법

돌올한 땅, 전주를 전주답게 하는 풍경은 무엇일까. 답을 구하기 위해 조선 시대 전라도 관찰사의 눈을 빌리기로 했다. 기록에 따르면, 갓 부임해 전주에 당도한 전라도 관찰사는 조경묘와 경기전에 참배한 뒤 집무실인 전라감영에 다다랐다. 이따금 풍패지관을 찾아 한양의 임금을 향해 망궐례도 올려야 했을 테다.

풍남문, 풍패지관, 전라감영, 경기전. 조선 왕조의 시작과 끝을 설명하는 네 장소를 두 발로 이어 나간다. 우선 전주를 에워싼 성벽의 남쪽 성문, 풍남문부터 살핀다. 고려 공양왕 원년에 세운 전주부성은 왕조가 바뀌고 전란을 맞으며 무너졌으나, 조선 영조 때 전라도 관찰사 홍락인이 ‘풍패의 남문’이라는 의미를 담아 새 이름을 붙인 성문을 복원한다. 풍패는 한나라 고조의 고향을 이르는 말로, ‘왕조의 본향’을 가리키는 비유적 표현이다.

전주부성과 함께 지은 객사 풍패지관이 풍패라는 단어를 사용한 또 하나의 건물이다. 2010년 문화유산 지정 명칭 변경 이전까지 이곳은 ‘전주객사’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는데, 이는 원도심 최대 번화가 객사길의 어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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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 전주 문화 예술의 구심점 전라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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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문화 예술의 구심점 전라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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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한 달 내내 전주 전역에서 축제를 즐긴다. 주요 축제를 통합한 전주페스타 2024 는 물론, 전주한옥마을 일대에서 펼쳐질 전주문화유산야행도 주목할 만하다. 문의 www.jeonjufesta.com(전주페스타 2024), www.jeonjunight.com(전주문화유산야행)

10월 한 달 내내 전주 전역에서 축제를 즐긴다. 주요 축제를 통합한 전주페스타 2024 는 물론, 전주한옥마을 일대에서 펼쳐질 전주문화유산야행도 주목할 만하다. 문의 www.jeonjufesta.com(전주페스타 2024), www.jeonjunight.com(전주문화유산야행)

10월 한 달 내내 전주 전역에서 축제를 즐긴다. 주요 축제를 통합한 전주페스타 2024 는 물론, 전주한옥마을 일대에서 펼쳐질 전주문화유산야행도 주목할 만하다. 문의 www.jeonjufesta.com(전주페스타 2024), www.jeonjunight.com(전주문화유산야행)

풍남문과 풍패지관 사이, 전주가 500년간 전라도의 수부였음을 증거하는 전라감영이 자리한다. 감영 터를 점유해 온 전북도청이 이전하면서 대대적인 전라감영 발굴 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선화당·관풍각·연신당·내아·내삼문에 이르는 주요 건물이 그대로 재건되었다.

전라감영은 행정기관을 넘어 호남 문화 예술의 구심점이기도 했다. 종이를 제작하는 지소와 책을 찍는 인출방을 두고 ‘완영(전라감영)책판’으로 ‘완영본’을 펴냈으며, 선자청을 설치해 임금에게 진상할 부채를 생산했다. 그뿐인가. 내로라하는 소리꾼의 경연인 전주대사습놀이를 감영의 통인청이 주관하기도 했다. 비옥한 전주 땅은 백성들의 배를 불렸고, 문화와 예술도 살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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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드국악 선율모리는 전북 지역 청년으로 이루어진 복합 장르 창작 단체다. 여러 장르의 선율 악기로 전통음악에 기반한 실험적이고 다채로운 무대를 펼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선율모리’와 인스타그램(@sunyul_mori_official)을 통해 이들의 음악 세계를 경험해 보자.

살롱드국악 선율모리는 전북 지역 청년으로 이루어진 복합 장르 창작 단체다. 여러 장르의 선율 악기로 전통음악에 기반한 실험적이고 다채로운 무대를 펼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선율모리’와 인스타그램(@sunyul_mori_official)을 통해 이들의 음악 세계를 경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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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팝’의 신명 나는 풍경

10월, 전주는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 예술 콘텐츠를 모아 초대형 축제 ‘전주페스타 2024’를 연다. 천년을 이어 온 전주의 공예, 출판, 미식, 공연의 멋과 흥을 한자리에서 만끽할 기회다. 전주, 나아가 전라도 문화의 근간인 전라감영에서 전주페스타를 미리 엿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통음악과 대중성을 접목한 조선 팝 뮤지션 ‘살롱드국악 선율모리’(이하 선율모리)에게 만남을 청한 것이다. “전통 박자인 ‘모리’에 서양의 선율 악기를 실어 청년의 삶을 이야기하는 음악을 창작, 연주하고 있어요.” 선율모리를 이끄는 김혜련 대표가 달뜬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가야금병창인 저 김혜련과 기타리스트 임채성, 첼리스트 김성민, 전통 타악 연주자 이민혁. 저희는 전북 권역에서 활동해 온 청년 음악가예요. 전북, 특히 전주는 전통음악의 중심지이자 여러 예술 장르가 공존하며 융합하는 도시라고 생각해요.”

지역의 예술 유산은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선율모리의 모든 곡은 순수 창작곡인데, 그중 전라도 사투리에서 착안한 ‘아따, 거시기’라는 곡에서 지역성을 살려 보았어요.” 제목처럼 “아따, 거시기”로 시작해 “어깨춤 들썩들썩허게 불러 볼랑께/ 일어나 추임새 한마디 해 보소”라며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노래로, 만남과 인연을 축복하는 가사가 절창을 이룬다. “내년엔 선율모리의 첫 앨범을 발매하고 네 번째 콘서트를 열 계획이에요. 춘향이의 꿈을 표현한 ‘갈까 보다’와 심청가를 편곡한 ‘청, 두리둥’에서 시도했듯, 판소리와 동시대적 목소리를 엮은 선율모리만의 실험적인 음악을 보여 드릴 거예요.” 이들의 꿈결 같은 화음과 이야기가 동심원을 그리며 고막을, 마음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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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 조선 왕조의 시작 경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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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조의 시작 경기전

경기전에서 오목대까지, 조선을 걷다

오후 1시, 흩날리는 가랑비가 기와지붕을 짙은 먹빛으로 적신다. 흐린 날의 정취마저 근사한 곳, 전주한옥마을에 다다랐다. 고아한 돌담을 따라 걷는 동안 낯익은 풍경을 맞닥뜨리고, 변하지 않아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하며 위로를 얻는다. 방문객과 상업 시설이 늘어나 시끌벅적해졌어도, 전주한옥마을은 경기전과 오목대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첫손에 꼽힐 도시의 랜드마크다. 한 세기에 가까운 세월 동안 한옥을 중심으로 한복, 한식, 한지, 한방 등 한국 전통문화가 축적되어 2010년 국제슬로시티연맹이 지정한 슬로시티로 공인받기도 했다. 이 마을이 일제에 맞서고자 1910년대부터 조성한 한옥 주거 지구에서 비롯했다는 사실은, 의외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복작복작한 태조로를 뒤로한 채, 우리의 걸음은 경기전으로 빨려 들어간다.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보관한 경기전과 전주 이씨 시조의 위패를 모신 사당 조경묘. 두 장소의 공통점은 ‘경사 경(慶)’ 자를 품었다는 데 있다. 여기서 경사란 조선 왕조의 창건을 의미한다. 태종은 아버지 태조의 어진을 봉안하기 위한 전각 어용전을 전주, 경주, 평양에 지어 올렸다. 세종 때 전주의 어용전에는 실록을 보관하는 전주사고가 들어섰고, 태조 어진을 봉안하던 진전의 이름도 경기전이라 새롭게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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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봉안한 경기전, 어진 진본과 어진을 중심으로 한 다채로운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어진박물관에서 조선 왕조 500년의 자취를 살핀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건물과 정원이 눈을 편안하게 한다. 문의 063-281-2788(경기전), 063-231-0090(어진박물관)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봉안한 경기전, 어진 진본과 어진을 중심으로 한 다채로운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어진박물관에서 조선 왕조 500년의 자취를 살핀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건물과 정원이 눈을 편안하게 한다. 문의 063-281-2788(경기전), 063-231-0090(어진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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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을 머금은 경기전의 녹음은 어느 때보다도 짙푸르고 무성했다. 하늘을 다 가릴 듯한 아름드리 나무와 신비로운 대나무 숲, 아직 꽃을 채 떨구지 못한 분홍빛 배롱나무···. 청량한 풀 향기와 따뜻한 흙 내음이 뒤섞여 코를 찔렀다. 정문과 홍살문을 지나 태조 어진을 알현하고, 수복청·마청·서재·제기고·조과청 등 부속 건물을 둘러본 뒤 현존하는 유일의 태조 어진을 모신 어진박물관, 조선의 시작을 상징하는 조경묘, 예종대왕 태실비와 전주사고까지 한붓그리기하듯 걸었다. 모든 순간이 인상적이었는데, 경기전의 담장과 전동성당의 이국적인 지붕이 포개어지는 모습만은 유독 오래도록 잔상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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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 ‘호사원’과 함께 공예품 감상 전주공예품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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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원’과 함께 공예품 감상 전주공예품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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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옥마을의 보석 같은 공간들

경기전 남동쪽 언덕바지에 오목대가 자리한다. 수백 채 기와지붕이 어깨를 맞댄 그림 같은 장면을 굽어보는 전망대이자, 이성계가 승전 축하 잔치를 열고 ‘대풍가’를 노래하며 개국 의지를 천명한 장소다. 경기전부터 오목대까지 이르는 길은 고작 500미터 정도에 불과하나, 골목 곳곳엔 전주한옥마을의 진정한 멋을 경험하게 하는 공간들이 밀도 높게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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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옥마을에는 매력적인 문화시설이 여럿이다. 전통과 현대가 교감하는 공예의 풍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전주공예품전시관을, 폐공장을 활용한 전시 공간이 궁금하다면 교동미술관을 찾아야겠다. 문의 063-281-1610(전주공예품전시관), 063-287-1245(교동미술관)

전주한옥마을에는 매력적인 문화시설이 여럿이다. 전통과 현대가 교감하는 공예의 풍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전주공예품전시관을, 폐공장을 활용한 전시 공간이 궁금하다면 교동미술관을 찾아야겠다. 문의 063-281-1610(전주공예품전시관), 063-287-1245(교동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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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 옛 봉제 공장 시절을 기억하며 교동미술관

16:00
옛 봉제 공장 시절을 기억하며 교동미술관

각별히 손꼽고 싶은 두 곳은 전주공예품전시관과 교동미술관이다. 전주의 공예 문화를 망라한 전주공예품전시관에서는 전북 지역 명인이 제작한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하는 기회가 주어진다. 부채와 가방, 모빌과 소반 등 공예품을 손수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도 즐거울 것이다. 전시관의 사랑스러운 호랑이 캐릭터 ‘호사원’을 활용한 디자인 소품은 훌륭한 여행 기념품이 되어 준다. 교동미술관은 한때 이 일대에 자리했던 봉제 공장 지구의 기억을 보존하고자 건물 일부를 그대로 살려 조성한 시각 미술 중심 전시 공간이다. 소담한 조각 정원, 노동자들의 지난한 역사를 엿보게 하는 재봉틀, 한지사를 활용한 자체 섬유 브랜드 ‘GD 아트’의 고운 패브릭 제품들이 마치 하나의 작품인 양 조화롭게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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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 전주 시민의 싱그러운 휴식처 덕진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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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시민의 싱그러운 휴식처 덕진공원

반짝반짝, 전주의 밤

전주의 멋은 덕진공원으로 이어진다. “영(嶺) 넘어/ 구름이 가고/ 먼 마을 호박잎에/ 지나가는 빗소리/ 나비는 빈 마당 한 구석/ 조으는 꽃에/ 울 너머/ 바다를 잊어/ 흐르는 천년이/ 환한 그늘 속 한낮이었다”. 산책로 한편에 놓인 전북 출신 시인들의 시비를 살펴보다가 이철균 시인의 ‘한낮에’에 마음이 머문다. 오후 6시. 어느덧 한낮에 내리던 비가 멎더니, 구름 사이에 저무는 햇빛이 아른거린다. 연잎이 너울을 이루는 덕진호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전주 8경 중 하나로 꼽는 ‘덕진채련’의 풍광이 이런 것이리라.

‘큰 나루’라는 뜻을 지닌 덕진(德津)이란 이름은 덕진호에서 왔다. <동국여지승람>과 <택리지>에 등장할 만큼 유구한 역사를 지닌 호수다. 후백제의 견훤이 방어 전략을 위해 만든 늪이라는 설, 풍수에 따라 지맥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고자 제방을 쌓고 물을 가두었다는 설 등 호수의 기원에 얽힌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 오지만 무엇 하나 명쾌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전주 사람들은 그저 이 호수와, 호수를 둘러싼 공원을 사랑했다. 창포와 연꽃, 벚꽃이 수놓는 계절이면 낭만은 증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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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속 독서 낙원 연화정도서관

공원 속 독서 낙원 연화정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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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리면 한층 더 아름다운 덕진공원과 연화정도서관을 누빈다. 덕진공원 한편에는 지역 출신 문인들의 시비가 도열해 있고, 연화정도서관 외벽은 화려한 미디어 콘텐츠를 프로젝션 매핑으로 연출한다. 문의 063-281-8661(덕진공원), 063-714-3527(연화정도서관)

어둠이 내리면 한층 더 아름다운 덕진공원과 연화정도서관을 누빈다. 덕진공원 한편에는 지역 출신 문인들의 시비가 도열해 있고, 연화정도서관 외벽은 화려한 미디어 콘텐츠를 프로젝션 매핑으로 연출한다. 문의 063-281-8661(덕진공원), 063-714-3527(연화정도서관)

호수 한가운데 놓인 연화교를 건너 연화정도서관으로 간다. 전통 한옥의 건축미를 살린 건물 외벽은 때때로 눈부신 미디어 파사드 배경이 된다. 편안한 좌석에 앉아 문살 너머 덕진공원의 풍경을 마주한 채, 전북 출신 문인들의 책을 뒤적이는 여유를 즐겼다. 특히 <원미동 사람들>과 <모순>을 쓴, 전주에서 나고 자란 작가 양귀자의 소설은 좀처럼 손에서 떼기 어려웠다. 눈 깜짝할 새 밤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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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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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세트테이프의 추억 팔복예술공장

카세트테이프의 추억 팔복예술공장

카세트테이프의 추억 팔복예술공장

전주는 지난해 국제명소형 야간관광 특화도시에 선정됐다. 밤이 낮만큼이나 화려한 도시라는 뜻이다. 어둠이 완연한 오후 8시. 야간관광 특화도시의 면모를 눈으로 확인할 시간이다. 공장을 개조한 복합 문화 공간인 팔복예술공간에서 남은 밤을 보내기로 했다. 카세트테이프 모양으로 불 밝힌 네온사인 가로등, 조명에 휩싸여 꽃망울을 틔운 듯한 이팝나무 가로수, 광선 검처럼 기묘한 빛을 발하는 굴뚝···. 한때 방치되었던 폐공장이 이렇게나 휘황한 밤의 놀이터가 됐다.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올 법한 흥겨운 음악이 귓가에 맴도는 기분이다. ‘팔복예술공장’이라 커다랗게 써 붙인 기름 탱크마저 근사해 보인다. 비로소 전주가 지닌 아름다움의 연원을 알 듯하다. 이 도시엔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것을 변함없이 지켜 내려는 마음이 있다. 또다시 천년이 흐른다 한들 그대로일 전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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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Day of Festivities in Jeonju

Jeonju in Jeollabuk-do Province is a vibrant city that fills your heart.
After walking all day, the lively joys of the city coursed through me like sparks of fire.

There are things that remain unchanged, even after many years. It is to encounter those very things that we willingly set out on a journey. Streets that carry memories of a thousand years, tables overflowing with local delicacies, centuries-old ginkgo and pagoda trees, the affectionate dialect that lingers at the end of each word, and the unshakable pride of preserving traditional arts.... I wanted to witness for myself the timeless beauty of Jeonju, and fortunately, this longing was realized as quickly as the speed of the KTX train. 

Meeting the Essence of Jeonju

In the heart of the street connecting Pungnammun Gate and Pungpaejigwan Guesthouse, stands Jeolla Gamyeong, a testament to Jeonju’s 500-year history as the capital of Jeolla-do Province. Jeolla Gamyeong, once the administrative office of the provincial governor, was more than just a government building—it also served as a cultural and artistic hub. It housed a paper-making workshop and a print shop that produced the famous Wanyeong edition, and had a fan-making facility that crafted fans for the king. Moreover, Jeolla Gamyeong played host to the Jeonju Daesaseupnori, a renowned competition for Korea’s top singers. The fertile lands of Jeonju not only fed the people but also nourished culture and art.

In October, Jeonju gathers its representative cultural and artistic content for the grand festival—Jeonju Festa 2024. This is an opportunity to enjoy the crafts, publishing, cuisine, and performances that have contributed to Jeonju’s charm for over a thousand years. Before the official Jeonju Festa kicks off, we were offered a preview of it at Jeolla Gamyeong, the cradle of Jeonju and Jeolla culture. Seonyulmori, a musical group blending traditional Korean music with modern pop, gave a splendid performance. “We create and perform music that reflects the lives of young people, using instruments that bridge tradition and modernity, East and West,” said Kim Hye-ryeon, leader of Seonyulmori. “Jeonbuk, especially Jeonju, is a hub of traditional music. It’s a city where various artistic genres coexist and blend harmoniously.”

From Gyeonggijeon Shrine to Omokdae

A light drizzle darkens the tiled roofs with a deep ink-like hue. Even on a cloudy day, the charm of Jeonju Hanok Village is captivating. As you walk along the elegant stone walls, you encounter familiar sights, and find comfort in the beauty of things that remain unchanged. Although the increase in visitors and commercial establishments has made the area more bustling, the village will forever be the top landmark for as long as Gyeonggijeon Shrine and Omokdae exist.

The alleys of Jeonju Hanok Village are densely packed with places that exude irresistible charm. Two particularly notable spots are the Jeonju Crafts Exhibition Hall and the Gyo Dong Museum of Art. At the Jeonju Crafts Exhibition Hall, which showcases the entirety of Jeonju’s craft culture, visitors can admire and purchase works created by master artisans from the region. There are also hands-on programs where you can create your own crafts—such as fans, bags, mobiles, and traditional wooden tables. The Gyo Dong Museum of Art preserved part of the building’s original structure to retain the memories of its past as a factory. A cozy sculpture garden, sewing machines that hint at the workers’ arduous past, and textile products from the museum’s fiber brand GD Art all coexist harmoniously in well-balanced spaces.

Jeonju’s Glittering Night

Last year, Jeonju was selected as an International Night Tourism Specialized City, meaning that it’s just as dazzling by night as it is by day. As the darkness settles around 8 p.m., it’s the perfect time to admire the city’s nighttime splendor. I spent the rest of the night at the Factory of Contemporary Arts in Palbok, a multi-cultural space repurposed from an old factory. Neon streetlights shaped like cassette tapes illuminated the path, chimneys emitted beams of light reminiscent of lightsabers, and the vibrant, rainbow-colored walls of the buildings added to the whimsical atmosphere. Once a factory producing cassette tapes, the Sorex Factory has now transformed into a brilliant nighttime playground.

I finally understood why Jeonju is so beautiful—there are things here that remain unchanged despite the passing of time, made possible by a strong commitment to preserve tradition. No matter how many millennia may pass, Jeonju will remain as it is.

전주에서 여기도 가 보세요

  • 즐길 거리 전주페스타 2024

    맛, 멋, 흥. 전주 하면 떠오르는 세 단어다. 10월 한 달 동안 전주비빔밥축제·국제한지산업대전·전주독서대전·전주조선팝페스티벌·전주막걸리축제에 이르는 다섯 개 통합 축제와 전주한바탕어울림공연, 드론 쇼, 달콤스토어, 전주페스타 맛자랑, K뮤지컬 마당창극 등 각양각색 프로그램이 전주의 맛, 멋, 흥을 제대로 발산한다. 첫째 주는 ‘전주를 비벼라!’, 둘째 주는 ‘전주의 멋, 그리고 맛’, 셋째 주는 ‘맛깔나는 전주 소리’, 넷째 주는 ‘전주의 추억에 취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전주가 지닌 문화 콘텐츠를 펼친다. 화려한 개·폐막식도 놓치면 아쉽다.
    문의 www.jeonjufesta.com

  • 즐길 거리 문화공판장 작당

    풍남문 너머 남문장의 역사를 계승하는 남부시장. 앞서 청년몰의 활기가 남부시장을 주목하게 했다면, 이제 ‘문화공판장 작당’이 배턴을 넘겨받아 새로운 문화적 동력을 일으킨다. 시장 한편, 옛 원예 공판장 부지를 활용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난 이곳은 서브컬처 중심의 콘텐츠를 더 많은 이와 향유하기 위한 전시, 행사,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청년 스트리트 아티스트의 저력을 보여 준 개관전 <희망의 그래피티: 스트리트 아트의 힘>에 이어 현재는 참신한 예술적 경험을 제공할 다음 행사를 기획 중이다. 인스타그램(@jakdang118)을 통해 소식을 확인해 보자.
    문의 070-4219-2100

  • 먹거리 가족회관

    대한민국 식품 명인이자 전라북도 무형유산, 전주 음식 명인 1호에 빛나는 ‘가족회관’의 김년임 대표가 완성한 비빔밥은 우리가 생각하는 전주비빔밥의 원형이다. 반지르르한 놋그릇에 갖가지 나물과 채소를 신선로 형태로 담아 재료 본연의 미감을 극대화한 전주비빔밥. 흐드러지는 꽃밭처럼 풍요로운 한 그릇이다. 이제 김 대표의 딸 양미 대표가 2대째 손맛을 잇고 있다. “어머니는 비빔밥이 인생이라 하셨지만, 제게 비빔밥은 어머니예요.” 가족회관의 또 다른 내력은 해마다 전주비빔밥축제에서 초대형 비빔밥을 선보여 온 것. 올해도 2024인분의 비빔밥을 준비한다.
    문의 063-284-0982

  • 먹거리 옛촌막걸리

    상다리가 부러진다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2002년 완산구 서신동에서 ‘옛촌막걸리’를 시작한 최인덕 대표는 푸짐하고 맛깔스러운 한상 차림 안주를 내걸고 막걸리 문화의 판도를 바꾼 인물이다. 기본 상 ‘한상’을 주문하면 김치찜과 들깨삼계탕, 생선구이와 김치전에 막걸리 한 주전자를 넉넉하게 차려 주는 이곳 인심이 전북대학교 학생들과 전주 문화계 인사들 사이에서 빠르게 소문났다. 막걸리 또한 자체 기술로 고집스럽게 양조하는데, 김치 유산균과 해죽순으로 발효하고 스테비아로 당도를 맞춰 건강하고 속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문의 063-272-9992(옛촌막걸리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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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강은주
photographer. 신규철
취재 협조 전주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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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남구에서 지역을 향한 애정이 가득한 청년 상인을 만났다. 무더위가 가신 가을에도 신정평화시장 청년몰 ‘키즈와 맘’은 상인들의 열정으로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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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리 깊은 맛, 인삼을 찾아서

    인삼엔 인생의 달콤쌉싸래한 맛이 배어 있다. 깊고 오묘한 인삼의 풍미를 제대로 느끼고 싶어서 강원도 홍천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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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FE STYLE

    동물의 날도 기억해 주세요

    1월 31일은 국제 얼룩말의 날이다. 수많은 동물이 멸종 위기에 놓인 지금 ‘있었는데 없습니다’가 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일 때다.

  • LIFE STYLE

    몸짓으로 꽃피우는 희망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의 실화를 풀어낸 연극 <템플>의 주연, 박희정 배우와 대화를 나눴다.

  • ARTICLE

    다시 봄, 춘천

    옛 철길과 강을 따라 레일바이크를 타고, 케이블카에서 호수를 내려다봤다. 강원도 춘천은 언제나 그리우면서 새로운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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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를 위한 ‘친추’ 여행

    한국관광공사가 친환경 추천 여행지를 선정했다. 환경을 생각하고 탐사하며 함께하는 여행을 떠난다.

  • TRAVEL

    반짝이는 해변에서, 베트남

    여름 향기로 가득한 베트남 호짬과 깜라인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잔잔한 바다 물결이 마음을 다독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