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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비로소, 눈앞에-대구간송미술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보유한 문화유산 40건 97점이 한날한시에 공개됐다. 이전에도, 앞으로도 다시없을 단 하나의 전시를 대구간송미술관에서 만났다.

UpdatedOn September 25, 2024

개관전에 출품한 국보·보물 합계

<훈민정음 해례본>, 신윤복의 ‘미인도’, 김홍도의 인물화와 정선의 진경산수화, 여기에 김정희의 글씨와 청자상감운학문매병까지 한자리에서 감상하는 기회가 우리 생애에 또 있을까? 조용필, 서태지, 임영웅, 아이유가 한 무대에 오르는 것보다 요원한 일일지도 모른다. 대구간송미술관 개관 소식에 모든 일을 제쳐 두고 KTX의 속도로 달려간 이유다. 개관전 <여세동보-세상 함께 보배 삼아>는 간송미술문화재단이 보유한 국보·보물 40건 97점을 소개하는 전무후무한 전시다.

  • 심사정 필 ‘촉잔도권’의 가로 길이

    유독 눈길을 끈 대작 ‘촉잔도권’. 오늘날 중국 쓰촨성에 해당하는 지역인 촉으로 가는 길을 묘사한 관념산수화다. 가로 8미터가 넘는 화면임에도 풍경을 이루는 요소들이 리드미컬하게 대별되어 지루할 틈 없다. 서울 간송미술관의 아담한 전시실에선 펼치기 어려웠지만, 이곳에선 온몸을 활짝 열어 관객을 맞는다.

  • 설립 이래 첫 분관이 생기기까지 햇수

    16세기 화가 이징의 ‘설산심매’, 즉 ‘눈 쌓인 산에서 매화를 찾다’는 관람객이 대구간송미술관에서 가장 처음 만나는 작품이다. 아마도 혹독한 시절에 봄날을 그리며 문화유산을 수집하던 간송 전형필의 모습이 그러하지 않았을까. 간송미술관의 전신인 한국 최초 사립 미술관 보화각이 설립된 지 꼭 86년을 맞는 해, 간송미술문화재단의 유일한 상설 전시 공간인 대구간송미술관이 탄생했다.

대구간송미술관 총면적

간송의 문화보국 정신이 국채보상운동의 시작점 대구에 뿌리내렸다. 대덕산 자락, 지하 1층부터 3층에 이르는 연면적 8003제곱미터 규모의 대구간송미술관이 올라섰다. 경사진 지형이 경북 안동 도산서원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한 건축가 최문규가 계단식 기단, 터의 분절 등 한국 전통 건축 요소를 적용해 큰 그림을 그렸다. 덕분에 미술관 안팎은 하늘과 물과 산이 흐르는 풍경으로 이어진다. 나무와 돌 등 자연에서 온 따스한 재료가 수장고를 나온 문화유산을 보듬어 안는다.

  • 다섯 개 전시실과 하나의 방

    ‘월하정인’과 ‘야묘도추’가 이웃한 회화 중심의 전시실 1, 오직 ‘미인도’와 <훈민정음 해례본>을 위한 별도 감상 공간인 전시실 2와 전시실 3, 도자·서예·불교미술을 망라한 전시실 4, 이 모든 작품을 실감 영상 ‘흐름·The Flow’로 집약한 전시실 5, 위대한 컬렉터의 삶을 엿보는 ‘간송의 방’까지. 모든 공간, 모든 경험이 짜릿하다.

  • <훈민정음 해례본> 수집 당시 가격

    조선어학회 사건이 일어난 이듬해인 1943년, 간송은 <훈민정음>이 경북 안동의 서고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당시 기와집 열 채 값인 1만 원을 지불해 입수했다. 이는 판매자가 처음 제시한 금액의 열 배다. 간송의 신념은 확고했다. “귀한 물건은 제값을 치러야 한다.” 6·25전쟁으로 피란길에 올랐을 때도 그는 책을 몸에 꼭 붙인 채 지켜 냈다. <훈민정음>에 해례가 붙어 있다 해서 해례본, 또는 원본이라 부르는 책. 기적 같은 문화유산을 눈앞에서 본다. 전시실 3에서 열리는 <훈민정음 해례본: 소리로 지은 집>전은 해례본 진본과 더불어 청각장애인·다문화가정 등 특정 환경에서 문자를 사용하는 이들의 풍경을 현대미술 작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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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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