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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 전철 속 음악

수도권 전철 환승 음악이 바뀐다. 우리 귓가를 맴도는 선율, 서울과 광역시 전철에 흐르는 음악을 알아봤다.

UpdatedOn February 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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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역은 서울역, 서울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전철 안내 방송을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음악 하나가 떠오른다. 경쾌한 해금 소리가 귀에 쏙 들어오는 생활 국악 ‘얼씨구야’는 수도권 전철 1~8호선 환승역에서 재생되어 왔다. 신나는 리듬으로 2009년부터 환승역 알림을 도맡았던 ‘얼씨구야’. 있는 듯 없는 듯, 우리 곁을 맴돌던 음악이 2022년 12월을 마지막으로 전철에서 하차했다. 바뀐 환승 음악에 놀라 안내 화면을 쳐다보며 두리번거리는 이도 적지 않다. 1~4호선을 기준으로 하면 14년 만에 환승역 음악을 교체하는 셈이니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바통을 이어받은 곡은 박경훈 작곡가의 ‘풍년’이다. 경기민요 ‘풍년가’를 소재로 한 생활 국악으로, 2022년 10월 서울교통공사가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 지하철 1~8호선 환승 안내 방송 음악 선호도 조사’ 온라인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가야금이 주인 원곡 느낌은 살리되 드럼, 베이스 등으로 흥겨움을 더했다. 환승역을 안내할 새로운 가락의 등장에 반가움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전철 운영 초창기에는 노선마다 환승역 안내 음악이 달랐다. 1·4호선은 휘파람과 새소리가, 5·8호선은 비발디의 ‘조화의 영감’ 제6번 1악장이 울려 퍼졌다. 생활 국악을 수도권 전철에 도입한 것은 2009년이다. 사람들에게 국악을 알리고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기 위해서였는데, 국립국악원의 도움을 받아 생활 국악을 환승 음악으로 채택했다. 전철을 이용하는 시민뿐 아니라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에게도 국악을 소개할 수 있어 일석이조였다. 국악은 다른 지역 전철에서도 들린다. 1호선만 존재하는 광주 도시철도는 출발역에서 열차가 움직일 때 안내 방송 배경에 함경도 민요를 재해석한 ‘돈돌날이’가 흘러나온다. 해당 음악은 부산 도시철도 3호선 환승 음악으로도 쓰였다. 총 네 개 노선과 부산김해경전철을 운영하는 부산 도시철도는 2012년부터 국악 그룹 바이날로그의 곡을 환승역 음악으로 사용한다.

전철 또는 전철역 음악과 소리를 파고들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한다. 짧은 안내음에서 도시의 성격과 색채가 묻어난다는 것. 대전으로 가 보자. 광주처럼 1호선만 운영하는 대전 지하철은 환승역이 없다. 그 대신 시청역에서 대전 출신 가수 김그림이 부른 ‘대전의 찬가’가 나온다. 대전 방문의 해인 2019년에는 시청역에서 ‘튀김 소보로/ 얼큰 칼국수/ 대전, 대전에서 맛봐요’와 같이 통통 튀는 가사가 귀에 들어오는 CM송을 틀었다. 대전의 유명 먹거리를 직접 언급해 재치 넘친다며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부산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은 전철역에 상행 열차 진입 시 파도 소리와 함께 갈매기 소리를, 하행 열차가 들어오면 묵직한 뱃고동 소리를 재생한다. 바다와 항구 도시인 부산의 특징을 살린 센스 넘치는 안내음이다. 업무나 여행을 목적으로 도시에 처음 방문한 이라면 이러한 의도 하나하나가 신기할 만하다. 바쁘게 이동하는 시간, 귀에 꽂은 이어폰을 잠시 빼고 전철에 흐르는 다양한 음악에 귀 기울여 보자. 짧은 음악에도 세심한 의도와 재미가 담겼음을 느낄 것이다.

+궁금해요!

KTX에서는 어떤 음악이 나오나요?

출발역 대기 음악은 감성 밴드 나봄의 ‘몽금포타령’입니다. 가야금으로 연주한 버전이라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요. 중간 정차역 알림 음악은 피아니스트 스티브 바라캇의 ‘캘리포니아 바이브(California Vibes)’예요. 2010년 동대구~부산 구간인 KTX 2단계 개통과 함께 사용했습니다. 종착역에서는 국가무형문화재 가야금산조·병창 보유자인 문재숙과 그의 딸이자 가야금 연주자인 이슬기·배우 이하늬가 함께 연주한 스티브 바라캇의 ‘해피니스(Happiness)’가 흐릅니다. 곡 이름이 ‘행복’인 것처럼, 여러분의 여행도 편안하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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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남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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