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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쫀득쫀득, 사르르 떠먹는 맛

용산역이 자리한 서울 한강로동 일대의 수프, 그릭 요거트, 젤라토 집을 찾았다.

UpdatedOn May 2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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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수피

메뉴 팟파이·에그인헬 1만 2000원 크로크 마담 1만 3000원 라즈베리 무스 5000원
위치 서울시 용산구 백범로99가길 3-1
문의 @thesoupie_seoul


내 영혼의 크림 닭고기 수프
용산초등학교 뒤편 좁은 골목길에 유럽 소도시에서 마주칠 법한 브런치 가게가 들어섰다. 크림색 벽, 하늘색 문 앞에 놓인 입간판엔 ‘더 수피(The Soupie)’라고 쓰여 있다. 수프와 파이를 이어 붙인 사랑스러운 이름이다. 메뉴판은 여느 브런치 카페에 비해 단출한 편이지만, 면면을 들여다보면 알찬 구성이 돋보인다. 우선 신선한 채소와 닭고기를 넣고 뭉근히 끓여 낸 크림 닭고기 수프인 팟파이는 이곳의 정체성을 보여 주는 첫 번째 메뉴다. 그릇 위에 파이 반죽을 얇게 펴 발라 뚜껑처럼 구웠는데, 그걸 숟가락으로 살포시 찢은 뒤 수프에 적셔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에 잘 어울리는 메뉴를 더하자면 프랑스식 샌드위치 크로크 마담을 골라야겠다. 식빵 위에 그뤼예르 치즈와 베샤멜소스, 바질 크림을 바른 뒤 달걀 프라이를 얹어 보기에도, 맛도 좋다. 떠먹는 즐거움은 디저트 메뉴에서도 이어진다. 에스프레소 잔에 마스카르포네 크림을 넣고 새콤달콤한 퓌레를 올린 라즈베리 무스가 바로 그것. 티스푼으로 건드리기 아까울 만큼 작고 사랑스러운 만듦새를 자랑하는 데다, 한 입 떠 넣으면 부드럽고 산뜻한 크림이 혀를 감싸고 도니 행복감이 머리끝까지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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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수피는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이 되고자 한다. 초당옥수수수프를 비롯, 다채로운 재료를 이용해 메뉴를 보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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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토리

메뉴 그릭 요거트 500그램 1만 2000원 도토리 시즈널 프룻 요거트 볼 9000원 도토리 정식 1만 8500원
위치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52길 25-6
문의 @dotori_yongsan


그릭 요거트의 모든 것
동화책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이 집의 마스코트 토리가 입구에서 손님을 반긴다. 푸른색 페인트를 칠한 문을 열고 들어서면 당장이라도 빵 굽는 요정을 맞닥뜨릴 것 같은 신비롭고 아늑한 공간이 펼쳐진다. 낡고 투박한 테이블 위에 소담한 소품과 함께 먹음직스러운 빵이 진열돼 있고, 이어지는 벽 한편엔 뽀얀 그릭 요거트 병이 옹기종기 늘어섰다. 이곳 ‘도토리’의 진짜 주인공은 그릭 요거트다. 발효하고 짜내는 데만 최소 36시간을 쏟아붓는 만큼 정성이 고스란히 깃들었다. 갓 만든 것 그대로, 또는 여러 가지 부재료를 섞은 스프레드 형태로 병입한 제품을 판매할뿐더러 스프레드를 발라 먹기 좋은 식빵과 크래커, 그릭 요거트와 커스터드 크림을 채워 넣은 도토리 브레드도 선보인다. 물론 그릭 요거트 본연의 맛을 즐기기엔 요거트 볼만 한 메뉴가 없다. 입맛에 따라 토마토와 병아리콩, 바질 페스토와 견과류, 블루베리와 귀리 등 다양한 토핑 조합 중 고를 수 있다. 더 푸짐하게 즐기려면 도토리 정식을 주문해도 좋다. 요거트 크림을 올린 카레와 키노아, 토리 캐릭터 모양으로 그을린 토스트와 토마토 절임, 제철 과일에 꿀을 넣어 먹는 요거트 볼이 한데 나온다. 건강하고 든든한 한 끼로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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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마른 풀, 헝겊 등자연적인 소재로 꾸민 도토리의 실내 공간. 숲 속 오두막처럼 평화로운 분위기가 흐르니, 느긋하게 머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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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타티 신용산점

메뉴 타히티 바닐라·탠저린 마롱 7000원 백향과 소르베·구운 피스타치오· 챔프 커피 5000원
위치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40길 28
문의 @gelateria.cotati


햇살처럼 싱그러운 젤라토
자연주의 젤라토 전문점 ‘코타티’는 꼼꼼하게 선별한 제철 재료만 사용하는 전통 이탈리아식 제조법을 고수한다. 인공색소나 합성 향료를 더하지 않은 이곳의 젤라토는 진득하게 배어든 재료 본연의 풍미로 서울 해방촌, 성수동 등지에서 조용한 붐을 일으켰다. 지난해 봄, 코타티는 용산우체국에서 왜고개 성지로 이어지는 한강대로40길에 세 번째 공간을 열었다. 옥상 테라스가 딸린 건물 2층에 들어선 코타티 신용산점에서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예닐곱 가지 맛의 젤라토를 선보인다. 올봄 코타티에서 야심차게 마련한 두 가지 프리미엄 메뉴는 바닐라 빈을 우려 넣은 우유 젤라토에 베리 크럼블을 토핑한 타히티 바닐라, 치즈 베이스 젤라토에 레드향즙과 껍질을 넣은 후 밤잼을 섞은 탠저린 마롱. 이 두 가지 맛의 젤라토가 고소하면서도 농밀한 느낌을 준다면 셔벗 계열의 두 메뉴인 백향과 소르베, 토마토 바질 소르베는 새콤하고도 향긋한 맛을 선사한다. 쌀을 넣어 만드는 기본 젤라토 메뉴 중 하나인 리소의 경우 이곳에선 여느 젤라테리아와 달리 레몬즙과 껍질을 더해 뒷맛을 가볍고 깔끔하게 살렸다. 볕이 내리쬐는 한낮이든 시원한 바람이 밀려오는 저녁이든, 코타티는 건강한 달콤함이 필요할 때 홀연히 떠오르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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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스탠더드 메뉴, 구운 피스타치오와 챔프 커피가 잘 어울린다. 참고로 챔프 커피는 우유에 원두를 우려 하얀색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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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강은주
Photographer 조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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